저녁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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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놀 감상법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황혼과 연계해서 보면 인생이 덧없음을 생각하게 되고, 내일 또다시 떠오를 밝은 해를 준비하기 위한 찬란한 몸부림으로 보면 아름답다.

올 한 해도 오늘 하루로 마감된다. 마지막 저녁놀을 감상하면서 느끼는 감회도 저마다 다를 것이다.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 불행하고 상처가 컸던 사람들에게 저녁놀은 슬픈 모습으로 다가설 것이다.

그러나 산다는 자체가 즐거움이요 슬픔이다. 가난한 사람은 가난한 사람대로, 부자는 부자대로, 힘있는 사람은 힘있는 사람대로, 힘없는 사람은 힘없는 사람대로 희로애락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다만, 얼마나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하는 게 다를 뿐이다.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보통사람은 보통사람대로 올 한 해 양심대로 떳떳하고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았는지 마지막 저녁놀을 보며 깊이 되새겨 봤으면 한다.

특히 치부를 드러내기 싫어 자기 보신에 급급했던 정치인들에게 권하고 싶다. 붉게 물든 저녁놀 속에 자신의 오욕의 역사를 완전히 파묻어 버리고 더이상 정치판에 발붙일 생각을 하지 말라고…. 비리를 감추기 위해 발버둥 치는 추한 모습을 더는 볼 수가 없겠기에 하는 말이다.

불행과 시련은 창조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저런 궂은 일로 상처가 깊었던 사람들에게 저녁놀은 커다란 위안이 되고, 뭔가 다시 할 수 있다는 구원의 빛으로 다가설지 모른다. 30~50대 실직자와 올해도 직장을 못 구해 실의에 빠진 젊은이들에게도 희망의 메신저 역할을 할 것이다.

동화 알프스의 소녀에 그려진 저녁놀은 참으로 인상적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떠날 때의 말이란다. 저녁놀이 아름다운 것은 해님들이 산들에게 작별인사를 하기 때문이지.” 할아버지가 소녀 하이디에 들려주는 말이다.

하지만 저녁놀이 아름다운 것은 떠날 때의 작별인사 때문만은 아니다. 내일은 내일대로 또 저녁놀이 붉게 물들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에 더 아름다운 것이다.

눈부시게 고운 노을 속에 산 넘어 스러지는 일몰을 보며, 바닷속으로 잠기는 석양을 보면서 너무나 잘 알려진 푸슈킨의 시를 함께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즐거운 날은 오고야 말리니…현재보다 더 나은 미래가 있는 희망으로 가는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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