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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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신년 새해를 맞아 네티즌들은 어떤 소식들을 고대하고 있을까.
지난 연말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4만여 명을 대상으로 ‘새해에 가장 보고 싶은 뉴스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 결과, ‘경제 회생’(36%)과 ‘일자리가 많아져 취업률이 높아지고 있다’(21%)를 가장 먼저 듣고 싶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후 코리아가 2만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네티즌들은 새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취업난(29%)을 꼽았다.
꿈과 희망을 펼쳐야 할 새해다. 하지만 묵은 해와 함께 떠나보내야 했던 걱정과 근심이 우리 모두의 마음을 짓누른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살림으로 맞고 있는 새해다. 착잡한 심정이다. 이를 일컬어 우리 사회의 슬픈 자화상이라 했던가.

▲예로부터 제주인들은 어려울 때 서로 돕는 환난상휼(患難相恤)의 정신이 묻어났다.
그 대표적으로 의녀반수(醫女班首) 김만덕(金萬德)의 나눔을 들 수 있다.

‘정조 19년(1795년)에 탐라에는 큰 기근이 들어서 사람들이 많이 죽어 갔다. (중략) 만덕이 천금의 큰 돈을 내놓아 육지에서 쌀을 사오게 하여 관청에 내놓았다.

오래 굶어서 살가죽이 들떠 누렇게 된 주민들이 이 소식을 듣고 관청으로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관에서는 그들의 급하고 그렇지 않음을 참작하면서 형편에 맞추어 쌀을 나눠주었다. 그 후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서 “우리들을 살려준 은인은 만덕이라”하면서 그 은혜를 칭송하였다.’-채제공(蔡濟恭)의 증만덕(贈萬德)에서.

극한의 불행을 딛고, 극상의 행복을 이룬 것으로 집약되는 만덕의 생애는 제주 여인의 삶의 표상으로 삼고 있다.

▲오늘날 제주사회는 어떤가. 불황의 그늘에도 나눔이 있어 이 겨울이 따뜻하다는 소식들이 이어진다. 세상이 아무리 각박하더라도 소외된 이웃을 돕고 지탱해주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지 않다.

‘순두부.건어물.콩나물을 식당에 납품하는 빠듯한 생계에도 2년 넘게 노인보호시설에 반찬거리를 제공하는 30대’, ‘어려운 시절, 이웃 덕분에 살게 됐다며 번 만큼 나눠주고 있는 사랑의 식당’ 등.

2004년 제주일보 새해 주제 ‘나눔의 제주’에 보도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이들의 나눔은 거창한 기부가 아니다. 혼자서 배불리 먹다 남는 것을 주는 나눔은 더욱 아니다. 자신이 지닌 능력을 도움이 필요한 이들과 함께 하는 작은 배려에서 비롯되는 나눔인 것이다.

이제 ‘나눔의 제주’는 나보다 못한 이웃에 대한 미덕이기보다 생활이자 의무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로써 사회가 맑아지고, 새해 꿈과 희망이 살아 있는 뉴스가 쏟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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