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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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오래 괴면 탁해지고 썩는다. 연못이나 호수의 물도 정체되면 물고기가 놀지 못한다. 물이 너무 맑아도 고기가 모이지 않지만 너무 썩어도 물고기는 죽고 만다.

역시 물고기를 제대로 키우려면 썩은 물은 완전히 퍼내야 하고, 탁한 물은 절반쯤 갈아줘야 한다. 정치세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괸물이 썩은 물인지, 탁한 물인지에 따라 모두 퍼내야 하느냐, 일부만 갈아주느냐가 다를 뿐이다.

17대 총선(4월 15일)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물갈이 논쟁이 치열하다. 다수 국민의 여론은 물론 여야 정치권도 내부 물갈이에 공감하는 분위기이다. 심지어 어떤 당은 일부 정치인의 물갈이만으론 안 되고 정치권 전체를 판갈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도 ‘2004총선 물갈이 국민연대’를 결성해 당선운동에 나서기로 했다고 한다. 어떻든 이번 총선의 키워드가 물갈이에 모아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결과는 좀더 지켜볼 일이나 각 정당의 총선후보 물갈이 경쟁이 가상하다.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외면할 것이라는 인식이 고조되고 있고, 심지어 물갈이로 당의 운명을 걸겠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과연 이번 총선이 분노한 다수의 민심에 부응할 만큼 정치권의 물갈이로 이어질지 아직 속단은 이르다. 우선은 정치권 스스로 총선후보 공천과정에서 약속대로 과감한 물갈이를 단행해야 한다.

그 다음 물갈이의 몫은 유권자들이다. 진짜 이번만은 지연.혈연.학연 등 사사로운 의리나 인정에 끌려 정도(正道)를 저버린 투표를 하지 말아야 한다. 그야말로 싱싱한 물고기가 클 수 있는 새 호수를 만든다는 각오로 후회하지 않을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

하긴 자고로 현재(賢才)를 높은 자리에 앉히는 게 좋다고 했다. 그러나 특정인을 계속 같은 자리에 머물게 하는 데는 반대했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높은 자리에 너무 오래 앉아 있으면 본분을 잃게 되기가 쉽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역시 괸물은 괸물일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그래서인지 많은 정치인들이 자진해 17대 총선 불출마 선언에 동참하고 있다. 모처럼 보는 아름다운 퇴장이다.

하지만 진짜 불출마를 선언해야 할 정치인들은 아직은 요지부동이다. 끝까지 버틸 경우 방법은 하나뿐이다. 본인과 정치권 스스로 물갈이를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이 할 수밖에 없다. 썩은 물을 퍼내지 않는 정치혁신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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