否決 爲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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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환 국무총리 임명동의안도 끝내 국회에서 부결되고 말았다.

7월 31일 장상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이 역시 국회에서 부결된 지 한 달 만이다. 우리 헌정 사상 처음 보는 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 정치권의 ‘남의 탓’이 가관(可觀)이다.

임명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결정했던 원내 과반수 의석의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장대환 총리지명자 인준이 청와대 박지원 비서실장의 국정 농단을 위한 작품이어서 반대한다”고 했다. 또한 같은 당의 남경필 대변인도 “총리 지명자의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박지원 실장은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공격했다.

민주당 쪽의 얘기는 다르다. 한나라당이 이럴 수 있느냐는 투다.

이재정 의원은 ‘정치적 참극’, 김성순 의원은 ‘총만 들지 않은 쿠데타’란 표현을 썼고, 정균환 총무는 “한나라당의 일당 독재 횡포가 현실화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잖아도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병풍(兵風) 등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첨예하게 대립돼 왔는데, 이번의 총리 인준 부결은 마치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대선(大選) 때까지 전면전도 불사하겠다는 양당의 태세다.

연이은 총리 부결은 정치.행정.국가신인도 등에 총체적으로 좋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화위복(轉禍爲福), 화(禍)가 굴러 복이 될 수도 있듯이 부결위복(否決爲福), 인준부결이 도리어 복이 될지도 모른다.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상.장대환 두 지명자는 각각 앞으로 총리 자질을 재고 달아볼 수 있는 잣대와 저울대가 된 셈이다.

이후 어느 정권에서건 이 나라의 국무총리가 되려면 적어도 도덕성에서 장상.장대환 전 서리들보다 더 낫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부패공화국이란 불명예를 안고 있는 한국적 풍토에서 총리감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을 줄 안다.

한 달 사이에 국무총리 임명동의안을 두 번씩이나 부결시킨 우리 국회의원들 중에서 만약 총리감을 찾는다면 도덕적으로 장상.장대환 전 서리보다 깨끗한 분이 얼마나 될까.

아니 국회의원뿐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그러한 인재를 얼른 찾아내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을 터다.

이제부터 총리를 꿈꾸는 모든 사람들은 모름지기 최소한 장상.장대환 전 서리의 잣대와 저울대의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러한 것이 계기가 되어 고위층이 모두 맑아지는 세상이 온다면 이 어찌 ‘부결위복(否決爲福)’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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