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의 현실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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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의 현실 참여에는 예부터 시비가 많았다. 자칫 하면 어용(御用)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반정부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매명(賣名)에 흐르기 쉽다는 점도 들고 있다.

물론 현실도피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시비는 있다. 학문이 공리공론(空理空論)화 할 우려가 있고, 연구 성과가 묻혀버릴 염려도 있다는 지적이다.
고금(古今)의 학자들 행동이 어떠했든, 지난 7일 서울대학교 교수 7명의 기자회견은 학문하는 사람들의 참으로 아름다운 현실 참여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전북 부안군민들이 한사코 반대하는 원전수거물 관리시설, 즉 원전센터(放廢場)를 서울대학교 부지내 관악산에 유치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제안서에는 “더 이상의 국력 낭비를 막고 원자력의 안전성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대가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적고 있는데, 여기에는 동료 교수 63명이 서명했다고 한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교수들은 모두가 세계적 석학들이다. 핵물리학의 국제적 권위자 강창석 교수, 소 복제로 유명한 수의학의 황우석 교수 등등인데, 이들은 “학자적 양심으로 문제 해결에 나섰다”며 “원전센터 유치가 주민 안전에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과학적 확신을 바탕으로 서울대가 이 시설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며 총장에게 건의한 모양이다.

원전수거물 관리시설은 부안군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라북도의 문제요, 정부의 문제요, 나라 전체의 큰 문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63명의 교수들이 나선 것은 정말 아름답고 멋진 현실 참여다.

우선 어용적이 아니어서 좋고, 반정부적이 아닌 것도 좋다. 매명용이 아닌 데다, 제안 자체가 실현 가능성이 있어 좋다. 인근 시민이나 관할 구청은 물론, 같은 학내 상당수의 교수로부터 받을 눈총이나 비난까지도 감수했을 터이니 더욱 용기 있는 사회참여요, 지혜로운 정치적 참여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 참여라면 그게 정치문제든, 사회문제든, 칭송은 받을지언정 나무람을 받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 이율곡의 현실 참여였던 10만 양병론(養兵論)은 거부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대학의 모든 식구, 관할 구청과 의회, 그리고 주민들까지도 이들 석학과 함께 원전센터를 믿고 ‘관악산 유치’에 협력하면 어떨까. 우선 정부부터 말이다.

서울대 63명 교수들의 제안이 그 장소가 서울이라고 해서, 관악산이라고 해서, 대학의 캠퍼스라고 해서 거부된다면 진짜 원전센터가 갈 곳은 없다. 그렇다면 농촌이라고 깔보아서 보낼 것인가, 섬이라고 박대해서 보낼 것인가. 이번 ‘관악산 유치’안(案)은 정말이지 상지상책(上之上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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