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
복어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복어가 제철을 만났다. 복어는 살집이 차오르는 11월부터 2월 말까지가 최고의 맛을 내는 시기라고 한다.
복요리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에 좋고 부드럽게 하는 장점과 함께 성인병, 간장, 알코올중독 예방에 효과가 있다.

특히 술꾼들이 아침에 주로 찾는 복국은 시원하고 담백한 맛이 해장국으로는 그만이다.
복요리는 미식가들에게는 최고의 음식이지만 독성을 가진 탓에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송나라의 시인 소동파(蘇東坡)가 먹고 죽을 만큼 맛있다고 했는데 목숨 걸어 놓고 먹을 정도의 음식이긴 한 모양이다.
오죽하면 일본의 암살기계 ‘닌자’는 복어 독(毒)을 가장 즐겨 사용했다고 했을까.

복어독을 특별한 용기에 담아 자고 있는 암살대상자의 입술에 문질러 놓으면 독이 천천히 스며들다 아침이 되면 빠르게 작용해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한다.

이때의 독은 ‘테트로도톡신’으로 복어의 간장이나 난소 등의 내장에 가장 많은데 강한 종류인 경우 성인 33명을 사망케 할 정도의 독성을 지녔다. 청산가리보다 13배 강한 것이다. 복어 독은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는다.

올 초 복어요리를 잘못 먹었다가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병원에 입원하는 사고가 제주에서 발생했다. 복의 독성을 또 한 번 실감하는 사건이다.
최근까지도 어선이나 가정에서 복어를 먹은 뒤 온몸에 마비증세를 보이다 사망한 사건이 다반사였다.

우리 선조들은 예부터 독의 독성을 경계했다. 복어의 한자어는 ‘하돈(河豚)’이다. 조선 정조 때 학자 이덕무(1741~1993년)는 ‘하돈탄(河豚嘆)’을 지어 복의 독을 경계했다.

“시골 사람들이 하돈을 잡아먹는데, 먹고서 중독되어 죽는 자가 자못 많다. 죽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어찌 그리 어리석단 말인가”라고 탄식했다.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긴다. 바닷속 물고기가 복어를 먹으면 어떻게 될까. 거대한 상어가 복어를 먹었다면. 물론 그 상어는 복어의 독으로 인해 죽는다. ‘테트로도톡신’은 복어를 제외한 다른 물고기들에는 치명적이다. 물론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때문에 바다에서 살아가는 어떤 물고기도 ‘먹으면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감히 복어에게 근접하려고 하지 않고 잡아먹으려 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독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복어를 먹는 것은 사람뿐이다.

언제부턴가 복요리의 기술도 많이 늘고 많은 사람들이 복요리를 즐기고 있다. 일반적인 조리법 외에 각 음식점마다 나름대로 고유한 비법을 가지고 특이한 맛을 내기도 한다.

독성을 제거한 갖가지 요리법이 등장했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맛보았던 요리는 이제 일상적인 음식이 됐다. 그러나 복의 종류에 따라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맹독성을 갖고 있는 것이 있고 중독될 위험이 있어 항상 주의해야 한다. 정말이지 종류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손수 구입해 요리를 해먹는 일만은 삼가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