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필형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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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규필이형! 세상에 이런 일도 있습니까. 오늘 우리 모두는 그만 넋을 잃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했습니까. 아직도 할 일이 많은데, 무엇이 급해서 인연의 끈을 그렇게 쉽사리 놓고 맙니까.

우리 모두 ‘글쟁이’입니다. “형이 가는 길에 ‘애도의 글’ 한 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어리석게도 제가 오랜만에 ‘글’을 써 봅니다. 그러나 말문이 막힙니다. 가슴이 미어집니다. 오히려 저의 재주 없음이 한스럽습니다.

형! 우리 모두는 치열한 ‘언론인’이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형을 떠나 보내는 오늘 이 순간, 보람보다는 회한이 엄습하는 것은 웬 미련입니까. 형이 남기고 간 빈자리가 벌써 가슴을 시리게 합니다.

우리 모두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비를 넘겼습니까. 그 고비 때마다 형은 우리의 훌륭한 리더였습니다. 어려워 좌절할랴치면 좌중을 웃기는 재담으로 우리를 이끌던 형은 우리의 기둥이었습니다. 이제 어디서 형의 그 구수한 재담을 들어야 합니까. 술자리면 어김없이 불렀던 형의 ‘소양강 처녀’는 어디서 들어야 합니까.

저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1980년 봄 어느 날, 출근길에 황급히 작성한 이른바 ‘자유언론 실천결의 성명서’를 가슴에 품고 인쇄소로 달려가던 형의 모습이 지금도 선합니다.

그 때 그 성명서에서 우리가 처음으로 ‘언론노조’를 거론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나 우리의 뜻은 독재정권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습니다. 형과 존경하는 선배 몇 분이 언론현장을 떠나는 아픔을 남긴 채…. 그 때 밤새껏 통음으로 무력감을 달랬던 저 서문시장의 그 식당은 지금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겠지요.

그런데 이건 웬 뒤늦은 소리입니까. 형을 떠나 보내는 오늘, 민주화운동관련자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형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했다고 합니다. 형의 ‘아픈 사연’에 비하면 그것이 대수겠습니까만, 그나마 생전에 그 소식을 접했다면 우리 모두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정말 안타깝습니다. 이제 우리는 형이 없는 이 자리에서 ‘형의 길’을 되새겨야 합니다.

어쩌면 그것이 아직 남아 있는 우리들의 몫인지 모릅니다.
사람은 죽음을 사유하면서 살아간다고 합니다. 삶이 곧 죽음이요, 죽음이 곧 삶이라는 이야기겠지요. 살아가면서 죽고 죽으면서 살아가는 게 우리의 삶이 아니겠습니까. 죽음은 삶이 끝나면서 시작되는 게 아니랍니다.

삶과 함께 비롯해서 삶 속에서 삶과 함께 자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생자필멸이나 회자정리는 다 부질없는 이야기입니다. 우리의 또 다른 만남은 필연입니다.

그렇다면 형은 ‘가 버린 사람’일 수 없습니다. 더욱이 ‘사라져 버린 사람’일 수도 없습니다. 삶과 죽음이 저 깊은 골짜기에는 늘 ‘소슬하고 질긴 다리’가 하나 있다고 하지 않습니까. 분명 이 세상과 저 세상은 가름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가름을 넘어선 또 다른 넘나듦이 있다는 말을 저는 믿고자 합니다.

형은 생애를 고스란히 수고스럽게 살다가 서둘러 떠났습니다. 남아 있는 우리들의 죄책감과 양심의 후회는 어찌해야 합니까.
형! 우리에게 술 한 잔 권하던 그 할아버지가 저 세상에서도 향기로운 술을 빚고 있는지 모릅니다. 훗날 우리가 만났을 때 못다 한 이야기를 하면서 마시게 좀 남겨 두시구려.
고히 잠드소서. 그리고 ‘제주언론의 수호신’이 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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