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독도에 문화를 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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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신문, 라디오, TV 뉴스에 또 한바탕 ‘독도’ 문제로 시끌벅적하다. 정치권의 ‘정(政)’자만 들려 와도 ‘차떼기’니, ‘십분의 일’이니 하는 유행어로 서민들의 비위가 가뜩이나 뒤틀려 있는 터에 일본에서 또 한 차례 ‘독도’병이 재발되니까 모처럼 여야가 한 목소리로 일본을 향해 알레르기성 애국(?)반응을 일으킨다.

언제부턴가 평소 무관심하다가도 일본이 독도 얘기만 꺼내면 장단 맞춰 과잉반응을 일으켜 온 것이 이제 연중행사가 되어버렸다. 평소 우리들끼리 독도사랑을 하잘 때는 시큰둥하다가도 일본의 독도 망언에는 신통하리만치 통통 튀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지금 이 시간에 ‘우표’보다 더한 화가들의 독도 작품전시회가 독립기념관에서 해를 바꾸며 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나 계신지 말이다.

“…제가 서울대학교 박물관장 재임 때 독도를 동방의 수호상징으로 삼아 내 땅을 문화로 지키자는 데 독립기념관 이문원 관장과 뜻을 같이했습니다. 제가 화가로서 최초로 독도를 다녀와 ‘독도진경전’을 열었던 때가 1977년도 일입니다.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를 비롯해 몇몇 뜻있는 문화예술인들이 제2의 독립운동을 하는 각오로 뭉쳐 ‘독도문화심기운동’을 전개하게 된 계기입니다.

그런데 지금 북쪽에서는 고구려의 역사가 중국의 역사라고 우기며 문화와 역사 빼앗기가 시작되었고 동쪽에서는 일본이 영토 넘보기에 혈안이 되고 있습니다.

이때 선열들의 독립정신이 깃들여 있는 이곳, 독립기념관에서 서울, 대구에 이어 ‘독도진경판화전’을 갖는다는 것은 크나큰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습니다….”

이 글은 지난해 12월 제3회 ‘독도진경판화전’ 개막식 때 읽었던 축사의 일부다. 이 전시는 필자가 재직 중에 기획했던 전시로 필자를 비롯해 황인기 한진만 한운성 전수천 임옥상 이형우 이왈종 육근병 엄정순 서용선 손장섭 박대성 민정기 문주 김선두 구본창 강경구 등이 출품했다.

세계적 미술가인 이들은 두 해에 걸쳐 한국 최고의 중견작가들로 선발되어 어렵게 현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운영위원인 국립민속박물관 김홍남 관장과 독도 정상에서 ‘해돋이춤’을 추었던 이애주 서울대 교수 등과 함께 풍랑을 뚫고 현장을 답사하여 생생한 감동으로 얻어진 독도 사랑의 작품들을 두 점씩 출품하고 있다.

지금도 많은 관람객들의 호응을 받으며 1월 말까지 전시될 예정이다.
바로 이런 때 일본이 독도 우표를 가지고 주제 넘은 간섭과 망언을 일삼고 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우리 땅을 사진 찍어 우표를 만들어 쓰거나 말거나 그것은 우리의 문제이지 누구도 하라 마라 할 근거가 없다.

그럴 양이면 우표보다 더 예술적이고 철학적이며 의식이 깃든 독도진경 작품을 그리지 못하도록 막는 편이 훨씬 더 문화적으로 격조있는 간섭이 되었을 수가 있었을 터이다.

우리는 이미 30여 년 전부터 독도가 한국회화의 한 소재로 많은 작품이 그려져 왔고 ‘독도’라는 명제로 국제전에 소개된 지 오래다. 우리는 망언을 무시하고 실질적 점유권을 문화적으로 만들어가면 된다.

저들이 바라는 것은 우리의 정치적 과잉반응이며 심리적 동요다. 마치 오래 전부터 분쟁의 소지가 있었던 땅처럼 국제사회에 인식시킨 뒤에 막강한 로비력으로 국제연합(UN) 국제사법재판소의 심판을 유리하게 받아내자는 속셈일 것이다.

이미 정치하는 사람들이 한일어업협정을 맺을 때 ‘악수(惡手)’를 두었으나 미구에 고쳐야 할 과제로 두고서라도 우리는 흔연하게 “독도가 거기 있으니 그곳에 가고 그릴 뿐”이라는 주인의식만 있으면 된다. 누가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쳐 댔는가. 당연히 내 것이라도 “내 것”이라고 자주 말하면 의심을 받는다.

진정 내 것이라면 사랑하고 가꾸는 법이다. 우리가 해야 될 일은 관심과 사랑이며 문화로 독도를 보듬어 가슴에 새기는 일이다. 우리 문화인들은 말없이 독도에 문화를 심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조심해야 할 점은 맹목적인 민족주의는 우월적 패권주의를 부추기므로 자문화의 범국사적 시각으로 사관의식을 개방하는 아량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다만 저들의 잠꼬대를 무시하고 한국의 화가들이 어떻게 독도를 사랑하고 있으며 우리들 가슴에 어떤 빛깔로 독도에 문화를 심고 있는지를 보기 위해 지금 독립기념관을 찾아보자.

그리고 일본이 독도를 우표로 만들어 쓰겠다면 태극기가 펄럭이는 독도를 사진 찍어 얼마든지 쓰게 해주는 관용을 베풀어보자. 우리의 명승지 백록담도, 설악산도, 백두산까지 풍광이 부러워 일본의 우표로 만들어 쓰도록 너그러움을 보여주자. 그것이 자신있는 우리들의 참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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