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三載 말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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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하게 말다툼을 하던 세 친구가 아예 말을 안 하기로 했다. 말로서 말이 많아져 언쟁이 더욱 커졌기 때문이다. 한 시간 쯤 흘렀을까. 한 친구가 그만 말을 해버렸다. “정말 말들을 잘도 안 하네.”

옆 친구가 시비를 걸었다. “자네, 왜 말을 안 하기로 해 놓고 약속을 어기나.” 그로부터 또 몇 시간이 흐른 다음 아직 한마디도 안 하던 세 번째 친구가 이렇게 내뱉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나 혼자뿐이군.”
결국 이렇게 해서 말 안 하기로 굳게 약속한 세 친구는 모두 말을 하고 말았다는 민담(民譚)이다.

김영삼(YS) 전 대통령도 ‘안풍(安風)’에 관한 한, 말을 아예 안 하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그제 서울 YMCA회관에서 열린 민주동지회 신년회에 참석했던 그는 “오늘 아무 얘기도 안 할 거다. 절대 안 한다면 난 안 한다. 일절 안 한다”라고 했다니 말이다.

이날 YS는 세칭 ‘안풍 사건’의 자금을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신한국당 사무총장이던 강삼재(姜三載) 의원에게 직접 건넸다는 강 의원 변호인 정인봉씨의 주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쐐기를 박은 것이다.

그렇다면 김영삼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이원종한테도 말하지 말거래이”하면서 강삼재 사무총장에게 수표로 한 번에 수십, 수백억원씩 4~5차례 건넸다는 소문은 허위일까.

사건 당사자 중에 한 사람인 강삼재 의원은 변호인에게 사전 상의도 없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는 소식인데, 그것은 강 의원이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의리상 비밀을 영원히 지키려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들이다.

김 전 대통령은 자신과 관련된 일이라 해서, 그리고 강삼재 의원은 의리 때문이라 해서 ‘안풍’에 대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잘못을 하나 더 저지르는 셈이 된다.

모든 침묵이 금일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 고백이 도리어 금일 수도 있으며 침묵이 죄일 수도 있는 법이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강삼재 의원은 모두 정인봉 변호사의 얘기에 대해 진실을 말해야 할 역사적 책임을 갖고 있다.

YS는 한시대 국정을 책임졌던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입을 열어야 하고, 강삼재 의원은 의리보다 안풍사건의 역사적 진실이 몇 십배, 몇 백배 더 중요하기에 사실을 말해야 한다.

안풍사건에 관한 한 진실 말하기는 금옥(金玉)이요, 침묵 지키기는 죄다. 죄 중에도 큰 죄다. 진실을 말할 양이면 YS가 먼저 입을 여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요,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금도(襟度)며, 보기에도 썩 좋다. 그 다음에 강삼재 의원이 밝혀야 한다.

만에 하나 어떤 경우 강삼재 의원이 먼저 말하는 날이면 YS는 다시 한 번 우스워진다. 말 안 하기로 굳게 약속한 세 친구가 끝내 말하고 만 민담을 보지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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