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규장각 보물과 박병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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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2년 2월 정조(正祖)는 왕실 관련 서적을 보관할 목적으로 강화도에 외규장각(外奎章閣)을 설치했다.

당시 왕립 도서관인 규장각의 부속 도서관 역할을 위해서다.

설치 후 왕실이나 국가 주요행사의 내용을 정리한 의궤(儀軌)를 비롯해 총 1000여 권의 서적을 보관했다.

하지만 1866년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강화도를 습격하면서 외규장각에 보관돼 있던 ‘의궤도서’ 191종 297권을 불법 약탈해 갔고 나머지는 불에 타 없어졌다.

이 중 31종은 국내에도 없는 유일본으로 그 역사적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외규장각 도서가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것은 1975년이었다. 그 도서관에서 일하던 한국인 박병선 박사가 베르사유 별관 창고에서 조선왕실의 어람용(御覽用) 의궤들을 발견한 것이다.

100년을 훨씬 넘긴 세월동안 잊혀졌던 ‘약탈문화재’는 1992년 우리 정부가 서울대 규장각의 건의를 받아들여 프랑스 정부에 반환을 요청하면서 양국 사이의 현안으로 떠올랐다.

그동안 수 차례 정치적인 채널을 통해 고문서 반환협상을 해왔다.

협상결과는 ‘반환’에서 ‘영구대여’로, 영구대여에서 그에 상응하는 국보급 문화재와 맞교환한다는 ‘등가교환 원칙’으로 항상 마무리됐다.

특히 올해 벽두에는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이 단숨에 구겨졌다.

프랑스 행정법원이 한국의 시민단체가 제기한 ‘외규장각 도서 반환소송’을 당연하듯이 기각해서다.

‘불 지르고 강탈한 물건도 프랑스 국가재산이면 돌려줄 수 없다’는 뜻이다.

‘문화민족’를 자칭하는 프랑스의 이중적 태도에 참으로 아연실색하게 된다.

▲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과 외규장각 도서를 찾아낸 박병선 박사가 사료 수집차 한국을 찾았다가 직장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한다.

수원 가톨릭의대 성빈센트병원에서 지난 7일 오전 직장암 수술을 받은 뒤 중환자실에서 회복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박씨의 암투병 소식이 알려지자 충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청주시민 등이 정성을 차곡차곡 모아 1억원이 넘는 성금을 전해 국민들을 뿌듯하게 했다.

박씨는 수술하기 전 “수술 후 빨리 기운을 차려 못다 한 연구를 계속하고, 맛있는 음식도 맛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작은 소망을 밝혔다.

노구에도 젊은이 못지 않은 그의 향학열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직지 대모(代母)’ 박병선 박사님의 쾌유를 빈다.

<함성중 편집부국장대우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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