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들의 귀환’
‘딸들의 귀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오래 전에 알려졌던 유머 한 토막을 다시 본다.

어느 유치원 영어 수업시간이다. 선생님이 자신의 손가락을 쫙 펴면서 영어로 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큰소리로 “핑거(finger)”라고 외쳤다.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척 대견스러웠다. 이번엔 주먹을 쥐고 뭐냐고 물었다. 아이들은 역시 큰소리로 “안핑거”라고 답했다.

유머는 스트레스를 풀어 준다. 비록 내용이 유치할지라도 유머를 듣고 웃다보면 어느새 엔도르핀이 마구 생겨난다. 하루 15초를 웃으면 이틀을 더 산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고달픈 우리네 삶에 유머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존재인 것이다.

행복의 조건으로도 유머 감각이 빠지는 않는다.

▲유머는 그 시대를 풍자하는 의미나 해학성을 가질 때 널리 퍼진다.

꿈에 관한 유머 한 토막을 보자. 취직시험 준비 중인 아들은 어머니에게 어젯밤 자신의 꿈 이야기를 했다. 대통령이 나타나 곧 국가의 부름을 받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았다. 아들 앞으로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날아왔다. 국가적 취업난의 심각성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이렇듯 유머는 분위기를 숙연케도 한다.

사회상과 시대상을 민감하게 반영하기 때문이다.

▲새해 들어선 ‘아들 유머’ 시리즈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사회풍조가 남아선호에서 여아선호로 급속히 바뀌고 있다는 데서 나온 이 시리즈의 대표주자는 ‘아들은 사춘기 되면 남남, 군대에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이다.

다음 주자는 ‘딸 둘에 아들 하나면 금메달, 딸 둘이면 은메달, 딸 하나에 아들 하나면 동메달, 아들 둘이면 목메달’이란 유머다. ‘장가간 아들은 희미한 옛 그림자, 며느리는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 딸은 아직도 그대는 내 사랑’이란 노랫말도 있다.

친가보다 처가를 더 살갑게 여기고, 아들보다 딸 낳기를 바라는 사회현상을 그린 유머다.

최근 발표된 국무총리실 산하 육아정책연구소의 조사결과도 이를 입증한다.

어쩌면 ‘아들 만세’의 종언(終焉)을 예고함인가.

조선시대 중기까지 면면히 이어져온 남녀평등 전통의 부활도 실감한다.

이른바 여성파워를 일컫는 ‘딸들의 귀환’인 셈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아들은 귀남(貴男), 딸은 후남(後男)이란 이름이 있었다. 앞으론 딸은 귀녀(貴女) 아들은 후녀(後女)라는 이름도 나올 듯하다.`

<김범훈 논설실장>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