動機 모호한 ‘직위공모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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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도입하려는 ‘직위 공모제’는 얼핏 보면 그럴 듯해 보이지만 그 동기(動機)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
직위 공모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도리어 의아한 생각이 든다. 공모 부서가 모두 공무원들의 기피.격무부서 들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제주시 공무원들 사이에는 근무를 선호하는 부서와 기피하는 부서, 그리고 격무 부서가 뚜렷이 나누어져 있다. 5급의 경우는 총무과장직, 6급은 서무담당을 가장 선호한다.

그 반면 주.정차 단속 등 민원이 끊이지 않은 교통질서지원사업단장과 교통질서담당 자리는 총무과장 및 서무담당과 같은 5급과 6급 자리지만 누구나 보직 받기를 싫어하는 자리다.

제주시가 ‘직위 공모’를 하겠다는 자리가 바로 이러한 곳으로, 말하자면 기존 제주시 공무원들은 좋은 자리에서만 일하고, 귀찮고 고생스러운 자리는 외부 인사에게 시키자는 속셈인 듯하다.

물론 직위 공모로 기용된 공무원들에게는 2~3년간 보직 이동 없이 소신껏 일하게 한 다음 승진.희망 보직 등 우대 조치를 부여한다고 하나 어떻든 이 제도는 장점보다 단점이 많을 것 같다.

우선 격무.기피 직위를 계속 공모하게 되면 기존 제주시청 공무원들은 좋은 자리만 근무하는 ‘귀족 공무원’이 될 공산이 크다. 그리고 공무원 기피 자리를 공모하는 것 자체가 “우리는 그런 궂은 일을 못할 터이니 누구 와서 해 줄 수 없소” 하는 말 같아 의도가 순수해 보이지 않는다.

다음은 정실인사 등으로 악용될 소지가 없지 않다. 공무원들이 기피한다고 해서 공모로 기용해 놓고, 2~3년 뒤 승진.전보 혜택을 주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수도 있지 않겠는가.

셋째는 시 소속 공무원 정원 관리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을지 모른다. 하기는 외부 공모에 알맞게 정원관리를 하겠지만 앞으로 이 제도가 계속될 경우는 그러한 점도 고려가 돼야 할 줄 안다.

개방형 인사인 외부 공모는 잘만 활용하면 매우 바람직한 제도다. 하지만 이 제도는 어디까지나 고도의 전문성, 기술성, 국제감각 면에서 필요한 인재를 기용할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기존 인력으로도 충분한 분야임에도 다만 공무원들이 기피한다고 해서 공모를 하겠다는 것은 옳지 않다. 재고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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