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迷)와 도(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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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 모든 게 마찬가지지만, 특히 사람사는 일에는 시비의 판단을 못하는‘미(迷)’와 시비를 바르게 파악하는‘도(道)’가 혼재되어 있다. 원래 이 ‘미’와‘도’는 연관되어 있다고도 한다.

그래서 이 ‘미’에서 ‘도’를 가려주는 사람을 스승(師)이라 했다.
옛날 어느 한 서당 선생이 병을 앓아 아무것도 먹질 못하고 죽어가고 있었다. 제자들이 문병을 와서 미음이라도 드시고 기운을 차리시라고 애걸을 했다.

스승이 대답하길 “이런 병에 미음을 먹으라는 말이 경전에 없다”며 끝내 먹질 않았다. 제자들이 꿀물이라도 드시라고 하자, 스승은 경전을 가져 와서 그런 대목이 있는지 찾아보라고 했다. 제자들이 책을 살펴보는 동안 스승은 죽었다.

▲한비자(韓非子)는 스승은 아무리 고지식해도 좋다고 했다. 발에 나는 털 하나 뽑으면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하는 일이 있더라도 ‘도’가 아니면 뽑지 말아야 하는 것이 스승이라는 것이다.

또 하는 일에 대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칭찬해도 ‘도’가 아니면 우쭐하지 않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비난을 해도 그것이 ‘도’라면 버리지 않는 것이 스승의 길이라 했다.

한비자의 현학편(顯學篇)은 스승의 길을 이렇게 말한다. 무엇을 더 준다고 ‘도’를 더하지 않고 덜 준다고 ‘도’에 인색하지 않는 길이라 했다.
이러한 사도론(師道論)은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도의 뿌리가 되었다.

▲명상 이항복(李恒福)이 정승이 되어 있을 때였다. 어느 날 누더기 옷에 꼴이 누추한 노인이 집에 찾아와 뵙기를 청했는데, 대청에서 이를 바라보던 이항복이 맨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았다. 이항복의 어린 시절 서당 선생이었던 신훈도(申訓導)였다고 한다.

이튿날 스승이 떠나게 되었다. 이항복은 스승이 가는 길에 베 10여 필과 쌀 두어 섬을 나귀에 싣게 했다.
이를 안 스승이 노발대발하고 내가 그렇게 가르치지 않았다고 호통을 치니 이항복이 엎드려 빌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스승의 길을 말해 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요즘 세상에 지난날 전통적인 사도론을 이야기한다면 그야말로 ‘수구(守舊) 꼴통’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예부터 내려온 스승의 길은 아직도 그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고 믿어진다.

그만큼 우리 교단은 ‘사엄도존(師嚴道尊.스승이 엄격하면 그 가르치는 도가 자연히 존엄하여짐)’의 큰 물줄기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 인사비리에 이어 터져나온 교육감 선거 금품살포 사건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고 답답하기 그지없지만 우리 교육은 이 좌절을 딛고 반드시 일어설 것이다. 이 어지러운 미(迷)는 참다운 도(道)를 약속하는 산고의 아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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