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태양은 하얀색일까? 노란색일까? 태양은 흰색이다. 사실 태양은 흰색이라는 말 자체를 정의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가능한 설명은 다양할 수 있지만, 그 중에 한 가지는 다음처럼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여유로운 상태에서 안전하게 태양을 바라볼 수 있을 때 - 일출이나 일몰에 해가 지평선 가까이 있을 때 - 는 노란색을 띠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 시간에 태양에서 오는 빛은 보통 때보다 훨씬 더 두꺼운 대기층을 통과한다. 이것은 대기층의 두께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고, 빛이 비스듬이 들어오기 때문에 대기를 통과하는 거리가 길어짐을 의미한다.
이렇게 긴 여행을 하는 동안에 푸른 빛은 도중에 여러 방향으로 산란된다. 그래서,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은 파란색이 빠져버린 것이다. 파란색이 빠져버린 햇빛은 대기 중에 어떤 크기의 먼지가 있는가, 즉 어떤 색이 우리의 가까운 지점에서 산란되는가에 따라 빨강, 주황, 또는 노란색 계열로 다가온다. 그래서, 태양은 노란색으로 표출되지만, 실제로는 흰색이다.
이와 유사한 원리에 의해 가슴이 벅차오르게 하는 아침.저녁 노을의 색깔이 탄생하는 것이다. “알면 과학이고, 모르면 마술”이라고 하지만 삶 자체가 과학이며, 과학은 정말 경외감의 활화산이다.
색연필이나 그림물감에 ‘바다색’이라고 불리는 색이 있다. 바닷물을 깨끗한 용기로 떠보면 그저 무색 투명할 뿐, 그림물감의 바다색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면 바닷물은 왜 푸른색 계통으로 우리를 유혹할까?
태양광은 무색처럼 보이지만, 무지개 색으로 알려진 일곱 가지 색깔의 빛으로 이루어져 있다. 용기에 담겨있는 물에서는 이러한 색깔의 빛들이 그대로 통과함으로 투명하게 보인다. 그러나, 물 분자는 빨간색의 빛을 조금 흡수하는 성질이 있어서, 빛이 물 속을 몇 미터 통과하는 동안 빨간색 계열의 빛은 상당 부분 흡수되어 약해지고, 그다지 흡수되지 않는 파란색 계열의 색은 상대적으로 강해진다. 이 때문에 물속을 통과한 빛이 파란색으로 보이는 것이다.
이렇게 바다 속에서 파란색이 된 빛이 플랑크톤이나 밑바닥 등에 부딪혀 다시 바다 밖으로 나옴으로써 사람의 눈에는 바다물이 파란색으로 보인다. 이와 달리 배가 지나간 자리에는 자잘한 거품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태양광이 바다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바로 반사된다. 그래서, 배가 지나간 자리는 하얗게 보이는 것이다.
바다를 바라볼 때 이렇게 바다 속에서 반사되어 나오는 빛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빛의 일부는 수면에서 반사된다. 바다에는 하늘이 비추어지고 있기 때문에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바다는 다양한 색깔로 멋지게 화장을 한다. 즉, 물 자체는 투명하고 빨간색 빛을 약간 흡수할 뿐이지만, 햇살의 강도, 플랑크톤의 수, 수심, 하늘의 색이나 밝기, 파도의 강도, 그리고 바라보는 사람과 수면의 각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바닷물은 황홀한 색깔을 연출한다. 이것이 자연 화장술의 극치이다.
제주대학교 화학과 교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작권자 © 제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