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플루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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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파파리치(Papa Rich)’라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케이블 방송을 탈 뻔했다.

파파리치는 제목 그대로 부자(Rich) 아버지(Papa)를 둔 재벌 2세들의 삶을 공개하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홍보영상에 따르면 이들은 한 달 용돈으로 2000만원을 쓰고, 한 번 쇼핑하는데 2억 원 어치를 사며, 술은 고급양주인 밸런타인 30년만 마신다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누리꾼들이 가만있었을 턱이 없다. 서민들에게 상대적 박탈감만 안겨 주고 계층갈등을 조장하는 정신 나간 프로그램이라는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결국 방송은 보류됐지만, 이들의 아빠는 졸부(猝富)임에 틀림없다.

정상적인 부자들은 자식을 이렇게 키우지 않는다.

▲‘어플루엔자(Affluenza)’라는 조어가 있다. ‘풍요’란 의미의 어플루엔스(Affluence)와 ‘유행성 감기’를 뜻하는 인플루엔자(Influenza)의 합성어다. ‘부자병’이고 전염성을 갖는다. 즉 풍요로울수록 더 많은 것을 욕망하는 현대인의 탐욕이 만들어낸 질병으로 정의된다.

부자병에 걸린 사람들은 모든 것이 차고 넘쳐나도 행복하지 못하고 불행을 호소할 때가 많다고 한다. 이들은 이익을 얻지 못하면 공동체에 기여하지도 않고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 희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부와 소비를 향한 탐욕인 이기적 자본주의에 매몰된 탓이라고 정신분석학자들은 진단한다.

부자병의 기원은 미국 뉴욕의 월스트리트로 알려진다.

한국도 이런 부자병이 도지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새해 덕담 가운데 ‘부자 되세요’라는 말이 유행한바 있다. 이 말은 경제가 어려울수록 참 좋게 들린다. 그러나 한편으론 ‘돈 냄새’가 물씬 풍겨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우리사회가 ‘부자’와 ‘성공’을 인생 목표로 삼는 세태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는 곧 성취 만능, 승자 독식을 부른다. 결국 어플루엔자에 감염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럴수록 가져도, 가져도 더 갖고 싶은 ‘배고픈 부자’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다.

우리사회가 지향하는 부자의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의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마침 경주 최부자집 이야기를 배경으로 한 TV 주말 역사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중이다.

무려 300년 동안 ‘존경받는 부자’로 이름을 떨치게 된 그 내력을 들여다봄도 좋을 듯하다.

졸부 2세들이 풍기는 돈의 악취가 싹 씻겨갈 것 같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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