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한자교육 언제까지 ‘뜨거운 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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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한자교육을 놓고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를 지핀곳은 교과서 기준과 지침을 마련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다.

평가원은 최근 교육과학기술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교육을 넣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 근거로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내세웠다. “학부모 89.1%, 교사 77.3%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동북아권의 한자문화권에 속해 있고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인 상황에서 한자는 우리와 밀접하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한글학회 등이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한글학회·세종대왕기념사업회·외솔회 등의 단체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한자 교육을 넣어야 한다’는 연구보고서를 낸 것은 첨단과학 한글시대의 주역이 돼야 할 어린이들에게 한자의 멍에를 다시 씌우려고 책동하는 반민족·반역사적 행위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초등학교 한자교육 부활을 책동하는 장사치들을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통해 “초등학교 때는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제대로 배워서 우리 역사와 문화를 올바로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한족의 글자이고 중국 고대의 역사와 문화가 그대로 담겨 있는 뜻글자인 한자를 가르치면 사대문화가 뼛속까지 스밀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1969년까지 국어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안에 넣는 병기(倂記)를 시행했지만 1970년 한글전용화정책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그후 1972년 교육용 기초한자가 제정된 이후 중·고교에서만 정규교과로 실시돼 왔다.

2000년 한국한문교육학회가 초등학생에게도 600자 정도의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후, 한자교육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 간의 공방은 매년 연례행사 되다시피 치열해지고 있다.

이같은 공방 속에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갈팡질팡하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한자가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된다며 사교육을 통해 한자급수 시험에 매달리고 있다. 한 해 급수 응시자 150만명 중 60%가 초등생이라고 한다. 여유가 없는 가정은 이 대열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학교 현장의 한자교육도 학교장 등의 관심도에 좌우되고 있다.

이제는 한자교육 찬성론자들과 반대론자들이 줄다리기를 그만두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 시점에 와있다. 언제까지 ‘뜨거운 감자’로 둘 것인가. 이제는 아이들을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으로 내몰 수는 없다. 물론 한자교육을 초등학교 정규 교과로 하는 것에 대해선 학교 현실상 심사숙고해야 한다.

학교 환경상 재량활동 시간에 한자를 지도할 수 있으나 영어교과에 한자교육까지 정규 교과로 하면 교사와 학생 모두 학습량 증가에 대한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의 진흥을 위해선 이 점을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초등학생용 한자 교재를 만들어 학교 실정에 맞게 운영하는 게 현실상으로는 바람직하다. 더 나아가 예전 초등학교 한자교육처럼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해 지도하는 것도 참조할 만하다.

또 이 기회에 우리의 글인 한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이기 위해 국경일인 한글날을 공휴일로 재지정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고동수 편집부국장대우 교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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