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조선 효종 때 홍만종이 지은 ‘순오지(旬五志)’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옛날에 쥐들이 모여서 어떻게 하면 고양이로부터 자신들을 지킬 수 있을 것인가를 놓고 회의를 했다. 한참 동안 여러 이야기가 오가다가 한 쥐가 제안을 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면 그 방울 소리를 듣고 우리가 미리 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자 다들 좋은 제안이라며 찬성을 했다. 이때 다른 쥐가 “그런데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지?”하고 묻자 모두들 입을 다물고 말을 하지 못했다.

이로부터 썩 그럴 듯한 일이지만 막상 실행을 하기 힘든 경우를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라고 하게 됐다.

최근 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격인 의제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제주시가 야생고양이 퇴치전쟁을 선포해 포획에 나서자 시민들 사이에서 옹호, 비판하는 찬반 논란이 제주시청 인터넷 홈페이지를 연일 달구고 있다.

제주시는 5000마리가 넘는 야생고양이들이 주민들의 일상생활에 끼치는 불편과 이에 따른 시민들의 민원을 근거로 포획작전에 돌입했다.

입으로 부는 마취총으로 포획한 고양이를 보호사육장에서 30일간 보호한 뒤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대학병원에 기증하거나 안락사를 시킨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이 같은 포획 후 안락사 정책의 오류를 지적하며 중성화수술 후 방생을 해서 현명하게 개체 수를 조절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나아가 안락사는 가장 비인간적이고 근시안적 행정이라는 지적이다.

사실 곡물을 갉아먹는 쥐들로부터 곡식을 보호하기 위해 가축화한 것이 고양이를 길렀던 시초다.

고양이도 쥐가 극성을 부리던 1980년대 이전까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가축으로 대접을 받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애완.관상용으로 사육되고 있는 실정이다.

‘쥐를 잡는 데는 소보다 고양이가 낫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속담도 쥐 피해가 속출했을 때나 했던 말이다.
쥐가 많이 없어진 지금, 고양이의 효용이 그만큼 덜하다.

그래서 고양이는 방치되고 개체 수는 늘고 민원을 불렀다.
그래서 안락사를 시켜서라도 줄이자. …어느 생명인들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안락사는 말고 중성화수술 등 마땅한 대안을 찾아보자.

제주시와 네티즌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좁혀보면 이 정도다.

제주시의 포획작전과 네티즌들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묘안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다만 그때까지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시 당국의 적절한 수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이다.

과연 누가 고양이 목에 제대로운 방울을 달아줄 수 있을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