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사살의 열등의식, 오만, 그리고 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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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벨로니아 제국의 느부갓네살왕은 용맹과 지략, 그리고 정치력이 출중한 인물이다. 그는 인재등용에 있어서 소수민족이요, 포로 출신인 다니엘과 그의 친구들을 능력 위주로 권력의 핵심에 중용함으로써 공정성을 훼손하지 않았다. 그러나 희대의 걸출한 영웅도 죽음만은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죽음 이후 왕위는 그의 아들 벨사살이 계승하였다.

벨사살은 권력의 그늘에서 단물만 먹고 편하게 자란 버릇없는 신세대였다. 다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제국을 통치할 피나는 훈련도 거부하였다. 그 결과 그는 즉흥적이고 자기 통제를 못하는 덜 떨어진 인물이 되었다. 국민을 압도하는, 섬광처럼 번뜩이는 지혜나 인격적 권위, 통치의 경륜 등에는 가련할 만큼 빈곤한 군주가 되었다.

구 시대는 가고 새 시대가 도래하였다고 외쳐 보았지만 백성들은 감동 대신에 통치를 희화화하는 군주에 대하여 경멸하였다. 권력의 주변에는 방향을 바로잡아 줄 국가원로가 없었다. 수구요, 반개혁으로 몰아 퇴출시켰기 때문이다.

벨사살왕은 군주의 권위를 회복하기 위한 획기적 발상을 하고 실천에 옮겼다. 왕궁의 보물 창고에는 부왕인 느브갓네살도 외경의 심정으로 소중하게 보관해놓은 금.은 기명들이 있었다. 이는 예루살렘 성전에서 야훼 하나님께 제사드릴 때 쓰는 그릇들이다.

벨사살은 왕의 위용을 과시하기 위하여 문무백관을 불러 대연회를 열었다. 그는 그 그릇들을 가져오게 하고 그 그릇으로 술을 부어 마심으로써 느브갓네살조차도 신을 두려워했는데 “나는 신조차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자기를 과시하면서 저항세력들을 겁주고 압도하려고 한 것이다. 친위 세력들의 간지러운 아부가 한창일 때 갑자기 사람의 손 하나가 왕궁 석고 벽에 나타나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이 괴이한 현상을 지켜보는 순간 연회장의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고, 섬뜩한 공포의 분위기로 변했다. 거기에 쓰인 글은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었다. 그 뜻을 풀면 ‘하나님의 저울에 달아보니 중량이 미달되어 왕의 나라는 끝나고 새로운 제국(페르시아)이 탄생할 것’이라는 내용이다.

그날 밤 벨사살은 살해되었고, 신바빌로니아 제국은 단명으로 막을 내렸으며, 메대 사람 다리우스가 페르시아 제국을 개국하였다.
요즘 나라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벨사살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몹시 걱정이 된다. 월드컵과 붉은 악마의 열기, 월드컵 4강의 신화에 냉철하여야 할 상황에 일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이로 인한 나라의 고통과 시련은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열등의식과 증오심이 형태변화하여 오만과 변질된 자부심에 허우적거리는 권부가 집약된 오기의 열등한 통치행위를 통한 정치도박을 일삼는 것은 심히 위태로운 어린 아이의 불장난 실험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구시대의 악을 압도하는 신악이 이른바 양심세력으로 둔갑되고 21세기의 주류로 자처하는 해괴하고 후안무치한 현상을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위장하고 정착시키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세종로의 어느 화강암 벽에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라는 글씨를 쓰는 손가락이 나타나지 않을까 두렵고 걱정스럽다.

정치권력을 잡고 있는 자, 권력을 잡으려고 애쓰는 자들이여, 권력은 유한하지만 ‘나라는 영원하다’. 겸허하게 회개하고, 새로운 섬김의 통치철학을 지니고 나라와 국민을 위하여 겸손하게 섬기며 국민과 역사를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며 국민과 역사 앞에 사랑받는 자리에 서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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