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칼럼-풀 죽은 사오정에게
금요칼럼-풀 죽은 사오정에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요즈음 우리 주변엔 젊고 건강한 노인이 부쩍 눈에 띈다. 노인이라기에도 미안하다. 실제로 서구 사회에선 75세까지는 젊은 노인(young old)이라고 해서 노인 대접도 않는다. 그 나이까진 현역으로 뛰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그리고 실제로 열심히들 일하고 있다. 일본은 한 술 더 떠 현역 80세론을 들고 나온다.

우리 사회도 얼마 전까진 환갑 잔치가 거창했다. 온 마을에선 노인으로 존경, 예우했다. 하지만 요즈음 누가 환갑이라고 부산을 떨던가.
이렇게 장수 사회가 되고 보니 누가 노인이냐 하는 문제에서 나이에 관한 사회적 통념을 새로 정립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자신의 인생 설계에서 일상 생활, 사회 정책 수립에도 옛날 나이로 따져선 아귀가 안 맞는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의 ‘실질적인 나이’ 계산법이 흥미롭다. 태어난 나이에 0.7을 곱한다. 환갑이면 60×0.7, 즉, 42세가 된다. 요즈음 환갑 나이는 옛날의 42세에 해당한다는 뜻이다.

스무살은 14세, 요즈음 젊은이의 철딱서니를 보노라면 그 계산법에도 일리는 있다. 한데 그런 계산대로 라면 70 고희는 겨우 49세, 이건 좀 심하다. 그래서 내가 절충 제안한 것이 ×0.8, 고희 56세가 적절할 것 같다.

그러나 평균 수명, 건강 수명 모두가 세계 최고인 일본 학자들의 주장을 꺾진 못했다. 나도 고집을 더 부리지 않은 것은 이들의 계산법엔 나름의 실증적 자료를 근거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혁명적 생각이 일본을 더욱 장수국으로 만들고 있는 힘이다.

당신의 계산법은 어느 쪽인가요?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그렇게 따져보니 당신의 실질 나이는 얼마나 되는가요? 그게 현실이고 그게 당신의 진짜 나이입니다. 그렇게 살아야 합니다.

이제 공자의 나이 교훈은 까맣게 잊어야 한다. 40에 불혹…운운하는 시대는 지났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도 유혹에 흔들리고 얼마든지 방황할 수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한데 불행히 우리 한국 사회 구조는 나이와 거꾸로 가고 있다. 100세 시대에 체감 정년이 30대 중반이라니? 사오정은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냐,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게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참상이다.

겨우 손에 일이 익어갈 참인데 물러가야 하다니? 한 마디로 이건 안된다. 회사의 인사 정책도 나이대로 하는 구조조정은 안된다. 으레 사오정이 나가 주겠지 하는 젊은 사원의 눈길도 거두어 들여야 한다.

사오정 세대야말로 회사의 중추요, 사회의 기둥이다. 이들의 신분이 불안해서야 회사에 활력이 있을 수도 없고 나아가 그런 사회가 그리고 나라도 건전할 수 없다. 후배를 위해 용퇴? 그게 미덕인양 떠들고 있지만 그 역시 천만에다.

오히려 더 열심히 해서 후배들을 위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해내야 한다. 경험도 없는 젊은 사원이 이 일을 해내기란 쉽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에 문제가 되고 있는 청년 실업은 고참이 물러가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일찍 물러갔기 때문에 생긴 부작용이다. 물러가서도 안되고 물러가게 해서도 안된다, 젊은이와 당당히 맞서야 한다.

그래야 젊은이도 분발할 게 아닌가. 높은 자리는 절로 굴러오는 게 아니라 실력으로 싸워 쟁취해야 한다. 그래야 어느 조직이든 활력이 생기고 경쟁 체질이 강화된다.

미국이 강한 건 나이 차별을 않기 때문이다. 일체의 차별이 법적으로 용인되지 않지만 오직 한 가지, ‘실력 차별’만은 엄격하다. 사장 자리든 대학의 주임 교수 자리든 탐이 나면 실력으로 쟁취해야 한다. 칠순, 팔순 주임 교수도 실력으로 거뜬히 버티고 있다. 이게 미국의 힘이다. 이러한 경쟁 체질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청년 실업 걱정할 것 없다. 그 알량한 대학 간판 하나로 이 무섭게 변해가는 시장에서 밥을 먹겠다는 발상부터가 어리광이다. 한마디로 준비 부족이다. 지금도 기업에선 쓸 만한 인재가 없다고들 난리다.

시장이 어떤 인재를 원하고 있는지 똑똑히 지켜봐야 한다. 지금도 일자리는 널널하다. 기업 인사과도, 인력 회사도 무조건적인 ‘젊은이 환상’을 버려야 한다. 자생력을 키우기 위해서도 그래야 한다.

괜히 잘하고 있는 사오정 자리 넘보지 말게나. 젊은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을 찾아 해야 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넘치는 호기심, IT, 소프트, 게임, 세계화된 의식 구조, 외국어 실력, 벤처 정신… 이런 젊은이의 자산을 두고 왜 만만한 늙은 자리를 넘볼까.

그리고 풀이 죽은 사오정도 정신 차리자. 이제 겨우 전반전이 끝났다. 50이면 인생의 오후가 시작된다지만 실질 나이는 아직 청춘이다. 30대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활기차게 정진하자. 지금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건 바로 이 세대의 분발이다.
다시 한 번 묻자. 당신의 실질 나이는 얼마냐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