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연결망과 연고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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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3.6명만 건너면 누구나 다 안다.”
최근 중앙언론사의 의뢰로 한 대학연구소가 실시한 ‘한국사회의 연결망 조사’보고서가 흥미롭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사회 연결망을 사회과학적으로 조사한 결과, ‘3.6’이라는 수치가 나왔다. 전혀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서너명(3.6명)만 거치면 다 알게 된다는 뜻이다.

다른 한편으로 미국의 사회 연결망 수치는‘5.5’. 한국이 미국에 비해 인구가 적고 국토가 좁은 만큼 사회적 거리가 좁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연고주의적’ 성향이 강하다는 의미로도 풀이할 수 있다. “한국사회가 참 좁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하는 조사 결과다.

그러면 제주사회의 사회 연결망 수치는 얼마쯤 될까. 이에 대한 조사 결과는 없지만, 모르긴 해도 한국사회의 연결망 ‘3.6’보다 최소한 1 이상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제주사회에서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 하더라도 알음알음 두세 사람만 거치다 보면 어느 정도는 통할 것 같다.

이처럼 사회 연결망 수치가 크게 낮은 것은 좁은 지역에서 연분을 중시하는 제주사회의 특성을 반영한다.
혈연.지연.학연을 매개로 한 연고주의는 제주사회의 정서적 유대를 구축하고 있는 밑바탕이다.

또한 연고주의는 우리 전통사회의 가치로 평가되는 공동체 정신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혈연을 매개로 조직된 종친회, 지역을 근거로 한 향우회, 학연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문회가 지역 발전에 기여한 측면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연고주의에 대한 기본 정서는 급변하는 사회질서에 맞게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는 소위 ‘끼리끼리’식 연줄사회가 파생시키고 있는 병리현상이 폭넓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연고주의 폐단은 선거철에 으레 등장한다. 후보자가 어떤 공약을 하고 어떠한 정책적 소신을 갖고 있는지는 두 번째 문제다. 그보다는 후보자의 친.인척이나 마을, 동창생 규모가 선거 판세를 가늠하고 있다.

연고주의의 빗나간 행태는 비단 선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의식구조에 뿌리 깊은 ‘서로 감싸주기’식 폐단도 문제다. 사회 연결망 수치가 낮을수록 인맥을 중시한 연고주의 성향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연고주의 폐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제도와 법을 우선시하는 열린 공동체를 지향해야 한다는 지적을 곱씹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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