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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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철인(大哲人)인 장자(莊子)는 궁핍한 생활을 개의치 않았지만 먹고 마시지 않는 날이 여러 날 계속되자 견딜 수가 없었던지 크게 출세한 친구 집으로 찾아가 도와줄 것을 청했다.

친구는 속으로 귀찮게 생각하면서도 거절할 수 없어 적당히 대답했다. “알겠네. 2, 3일 지나면 내 영지(領地)에서 들어올 세금이 있으니 그 돈만 들어오면 2, 300금쯤 융통해 주겠네.

그때까지 기다려주게.” 장자로서는 그런 거금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배가 고프니 그것만 면할 수 있는 돈만 있으면 충분했다. 화가 난 장자는, “고맙네.

그러나 그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겠어”라고 말한 뒤 다음같이 비아냥대는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아까 여기 오는 도중 나를 부르는 놈이 있어 누군가 돌아보니 길바닥 수레바퀴 자국에 물이 고여 있고 그 속에 있는 붕어란 놈이 날 부르는 것이 아니겠나.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얕은 물 속에 있으니 움직일 수가 없어요. 조금이라도 좋으니 물을 좀 부어서 절 좀 살려주세요’라고 하기에 내가 대답했지. ‘알았다.

나는 지금 오(吳)나라와 월(越)나라에 가는 길이니 2, 3일 후 다녀오는 길에 양자강에서 물을 듬뿍 떠다 너를 도와주마. 그때까지 기다리렴.’ 그랬더니 붕어가 말하더군. ‘나는 지금 당장에 물이 필요한 겁니다. 그것도 많은 물이 아니고 아주 적은 물이…. 당신 말씀대로의 그런 일은 사양하겠습니다. 날 보려거든 오나라와 월나라에 다녀와서 건어물상을 찾아보십시오.’ 어떤가. 내가 귀찮다면 이만 돌아가겠네.” ‘장자(莊子)’에 실린 얘기다…. 초등학생 둘, 여중생 하나, 여대생 한 명이 연이어 피살체로 발견되자 경찰 총수가 미아(迷兒) 부모와 엊그제 면담을 한 모양이다.

지금껏 소재 파악을 못하고 있는 실종미아가 6만 여 건이라니 참으로 한심한 생각이 앞선다. 보도에 의하면 어린 두 초등생은 야산에서, 여중생은 자신의 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에서, 여대생은 휴대전화로 경찰에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묵살되고 강가에서 변을 당했다 한다.

정치하는 이들 틈만 나면 한국의 선진국 진입을 부르짖는데 고작 부모가 마음놓고 자식을 키울 수도 없는 나라, 이런 꼬락서니란 말인가. 전국적으로 실종아동보호시설 등에 전산망 시스템을 가동시켜 놓았더라도 자식 잃은 부모가 생업을 팽개치고 전단을 들고 전국방방곡곡을 헤메는 이런 슬픈 일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다.

어떤 미아보호소는 실적을 위해 신고조차 않는 곳도 있다니 그 몰상식에 기가 막힌다. 연일 TV 뉴스는 수백억원대의 정치자금 거래로, 전직 대통령 아들의 부정한 비자금 사용으로, 현 대통령 친인척 비리로 전 국민들의 스트레스를 쌓이게 하고 있다.

정부는 무엇 하는 곳인가. 국민은 왜 세금을 내는가. 공직자는 국민이 낸 세금으로 고용한 피고용인이며 국민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업무수행을 하는 것이 그 본분이 아닌가.

외국에서 10여 년을 살아본 필자는 외국에 나가는 친지들에게 항시 얘기한다. 부디 몸조심하라고…. 해외에서 무슨 일 당하면 한국정부처럼 대응이 느리고 재외공관의 자국민 보호가 소홀한 국가가 드물다고….

미국은 아동 실종사건이 발생하면 야간에도 조명등을 켠 헬리콥터가 떠서 철야 수색작업을 하고 자수하지 않고 체포된 범인은 극형에 처한다. 경찰인력과 수사장비가 부족하면 다른 경비를 돌려서라도 최우선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 아닌가.

국민들의 지금 심경은 장자에 나오는 붕어같이 갈급(渴急)한 상태임을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범인들 역시 자신의 부모가 낳은 자식이고 부모될 사람일진데 무슨 이유로 남의 금쪽 같은 자식에게 천벌 받을 짓을 하는가.

아직 늦지 않았으니 자수하여 밝은 세상 찾길 바란다. 정부 공직자들에게 진심으로 당부한다. 국민이 정부를 위하여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에 앞서 항시 국민들이 편안하게 살도록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국민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지, 겉치레나 실적 위주가 아닌 심모원려(深謀遠慮)하는 자세로 정책을 집행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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