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얄미운 년’ 뒤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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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있으면 추워서 서로 온기를 나누려 가까이 가면 몸에 난 가시 털이 서로를 찔러 물러설 수밖에 없는 고슴도치, 우리 인간은 혼자 있으면 외롭고, 모이면 서로 상처를 주어서 고통을 피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모여 살 수밖에 없는 딱한 형편이니 고통을 줄일 방법이라도 찾아보자고 연구하는 학자들도 많은 것 같다. 그 가운데 제시된 한 가지 길이 다른 사람과 다양한 관계를 맺되 그 과정에서 상처를 덜 주고받는 기술을 배우자는 것이다. 사실 ‘삶은 다른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로 우리는 여러 관계 속에 살고 있으니, 나를 나 아닌 사람들과 어떻게 연결시키고 그 관계를 유지, 관리, 개선하느냐 하는 기술이 나의 행복과 불행을 좌우한다.

얼마 전 친한 이들과 자녀들의 대학 입학 이야기를 하다가 ‘얄미운 년’ 시리즈를 띄우며 한바탕 웃었는데, ‘얄미운 년’이야말로 세상과 자신의 관계를 다루는 명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유행이 지난 비어이지만, 10대부터 70대까지 이어지는 ‘얄미운 년’은 얼굴도 예쁜데 공부까지 잘하는 10대, 성형수술을 했는데 티가 나지 않는 20대, 할짓 다 하고도 괜찮은 남편 만나 잘 사는 30대, 느긋하게 놀러 다녔는데 자녀들이 척척 대학에 붙는 40대, 골프를 즐기는데 얼굴에 기미 안 끼는 50대, 세상에 돈 다 벌어다 주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나버린 60대, 나쁜 짓도 많이 하다가 죽기 전날 종교에 귀의하여 천국에 간 70대 여인들이란다.

이 말이 우스운 이유는 우리의 사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공부가 중요하면서 외모도 못지않게 선망의 대상인 현실, 결혼 잘하는 것은 굉장한 행운에 속하며 대부분 여성들에게 자신의 결혼은 그다지 탐탁한 게 아니라는 사실, 안달복달해도 자녀들이 대학에 별탈 없이 진학하는 것은 어려운 과제라는 것, 나이는 들지만 육신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기는 어려우며, 늙는 얼굴은 고통과 비애를 준다는 것, 남편을 생애가 끝날 때까지 사랑하는 것도 어려운 일 중에 하나요, 지친 60대에게 남편의 존재가 오히려 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 천당 갈 만큼 차곡차곡 선행을 쌓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 등을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 ‘얄미운 년’ 거꾸로 하면 부러운 여자, 남들이 못하는 일을 쉽게 하고 운까지 좋아 보이는 여성이 되는 비결은 무엇일까. 자신과 남을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 그 원천이 아닐까. 사람의 외모는 크게 보면 비슷하고 건강과 젊음이 있을 때 누구나 아름다우며, 싱그러운 표정과 산들바람 같은 미소가 있으면 더 빛난다. 결국 아름다운 표정을 지으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공부라는 것도 책보고 이해해서 기억하고 생각하는 일인데 필요한 것이라고 확실히 느끼면 열과 성의를 쏟아서 당연히 잘 하게 된다. 외모도 성형수술과 무관하게 스스로 열등의식 없이 당당하면 주위 사람들도 압도당해서 미인으로 보거나 최소한 못생겼다고 평하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이 얼굴을 뜯어고치는 동안 마음의 성형을 해서 자신을 아름답게 여기면 그 확고한 신념이 주위 사람들에게까지 최면을 건다고 할까.

다양한 경험으로 이해의 폭을 넓힌 자는 주변을 편하게 하여 사람들을 끌 것이며, 자신의 결혼을 무엇보다 소중한 것으로 만들고, 남편에게도 괜찮은 역할을 제시하여 이행하도록 하고, 일도 잘 하며 놀기도 잘하는 안정된 엄마는 아이들에게도 차분히 제 할 일 하게 둘 것이다.

기미 무서워 산과 바다를 피하는 대신 휘돌아 다니면 건강에 좋을 것이고, 남편이 먼저 세상을 뜬 견디기 힘든 상황이 닥쳐도 자신을 회복하고 삶을 이어 나가 오히려 불운을 행운처럼 보이게 만드는 강인한 여인, 때가 되면 죽음을 받아들이고 깨달음까지 얻어 저 세상으로 가는 여인, 그런 여인이라면 ‘얄미운 년’은 애칭이고 사실은 사랑스러운 여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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