鎭火 시스템 비웃은 산방산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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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의 산불 앞에는 그 누구도 속수무책(束手無策)이었다. 18일 오후 3시40분쯤 산 중턱에서 일어난 불은 급히 달려 온 소방대원.경찰.군인.공무원 등 1000여 명에게 “나 잡아 봐라”는 듯 비웃으며 정상을 향해 맹렬히 번져 나갔다.

그럼에도 진화(鎭火)차 현장에 나온 1000여 인파는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소방차들이 있긴 했지만 특이한 산세(山勢) 때문에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했고, 100여 대나 되는 개인용 등짐펌프도 불길 접근이 어려워 노력한 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불 끄러 나온 사람들은 안타까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며 불 구경꾼이 돼야만 했다. 그리하여 산방산은 밤새 불에 타 피해가 컸고, 진화하려던 사람들은 고생만 한 셈이 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다. 산방산은 산불이 났다 하면 오로지 ‘소방 헬기’어야 한다. 이번 산불을 재빨리 잡지 못한 것도 제주도내에 소방용 헬기가 한 대도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경찰.군부대 등에 헬기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은 소방용이 아니다.

당국의 요청으로 전남 영광의 산림청 헬기가 산방산 화재 현장에 급파됐으나 거리 때문에 시간이 너무 늦었다. 그때 벌써 불은 사람 접근이 어려운 정상 부근으로 번졌고, 겨우 몇 차례 진화로 일몰이 돼버려 이튿날에야 진화할 수 있었다. 만약 제주에 소방 헬기가 있었다면 불은 초기에 진압됐을 것이다.

해발 395m, 둘레 6.1㎞의 산방산은 희귀식물과 빼어난 절경을 갖춘 천연기념물이다. 그러나 산세가 험준한 단일 암벽의 종형(鐘形) 수직 돌출산이어서 평시에도 오르기 힘든 산이다. 산불이 산 중턱 이상으로 번지면 소방용 헬기가 아니면 인위적 진화는 불가능하다.

참으로 이해 못 할 일은 산과 섬 곳곳이 국립공원이요, 천연기념물이며, 동.식물의 보고인 제주도에 소방용 헬기 하나 없다는 점이다. 아마 이것은 당국의 잘못일 것이다. 따라서 산방산 산불 피해를 키운 것도 당국에 일단(一端)의 책임이 있을 줄 안다.

소방용 헬기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다. 섶섬 화재 때도 재차 거론된 적이 있다. 앞으로 한라산국립공원, 범섬, 문섬 등 그 어디에서도 산불의 개연성은 얼마든지 있다. 당국은 하루빨리 제주에 꼭 소방 헬기 한 대만이라도 도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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