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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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시작되었을 만큼 역사가 오래며, 사람이 사는 곳에는 어디에나 술이 있었다. 단순히 8조원이 넘는 주류산업의 매출액보다 술과 연관된 소비구조에서의 부가가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술이 갖는 양면성에 대한 역기능의 강조보다는, 술이 우리의 생활과 떨어질 수 없는 매개체라면 적극적인 자세로 순기능에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제주의 술은 어떤 것일까. 척박한 환경으로 먹고 살기 힘들었던 제주에서의 술은 양반이나 일부 지주계급에서 제한적으로 빚어 마셔왔거나, 서민들에게는 제례용으로 이용되어 왔기 때문에 지속적인 발전에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15세기부터 제주의 술에 대한 기록이 일부 있지만, 어떻게 빚었는지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없다. 쌀이 매우 귀했기 때문에 좁쌀을 주로 사용한 오메기술과 이를 증류한 고소리술이 제주의 민속주라고 할 수 있다.

좁쌀은 알갱이가 작고 껍질이 단단하기 때문에 좁쌀을 쪄서 밥을 지어 누룩의 효소만으로 술을 빚으면 발효기간이 길고 수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좁쌀을 가루로 내어 오메기떡을 만들고 찐 다음 물에 풀어 술을 빚는 것이 발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방법은 발효가 끝난 다음 맑은 청주를 많이 만들 수 없었기에, 원나라에서 도입된 증류기술을 이용하여 주로 소주를 만들어 이용해왔다. 여름철에는 기온이 높아 주정도수가 낮은 청주는 초산 발효가 일어나 보관이 어려웠던 탓도 있다.

일제시대에는 원료가 대부분 고구마로 대체되면서 희석식 소주로 바뀌게 된다. 1920년 한림읍 옹포리에 생긴 명월소주를 시작으로 지역별로 소주공장이 설립되었고, 탁주공장과 더불어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역할을 해왔다.

1970년대까지 주정의 정제가 제대로 안 되어 역한 냄새가 나는 소주와 밀가루로 빚은 막걸리가 술꾼들의 목을 적셨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술의 소비도 다양화되었고, 새로운 기술 개발을 통하여 제주의 술을 재조명하고 그 위상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에 따라 이제야 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우선 제주의 술에 대한 역사와 현황을 정리한 책이 출간되었고, 민속주로서 좁쌀약주를 지금의 소비자의 기호에 맞도록 하는 기술 개발이 시도되었다. 또한, 제주를 대표하는 ‘한라산소주’의 품질 향상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첨단산업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기술혁신을 통하여 전통산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일은 현실적으로 더욱 뜻있는 일이다.

세계적으로 국가마다 특징적인 술을 생산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스카치위스키, 프랑스의 브랜디, 독일의 맥주, 그리고 가까운 일본의 오키나와에는 아와모리소주를 내놓고 있다. 제주의 술을 세계의 명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맥주와 소주에 길들여진 소비자들에게 위스키가 국내 주류시장을 잠식하고 있으며, 틈새시장을 민속주와 더불어 제주에서는 감귤주, 녹용주, 복분자술 등이 선을 보이고 있다. 술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각각의 술맛에 길들여진 소비자에게 짧은 기간에 새로운 술의 소비를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늦었다고 하더라도 포기하는 일보다 새로 시작하는 일은 훗날 빠름을 나타낸다.
건강이미지에 대한 기능성이 강조되는 시대흐름에 따라 전통약주의 품질 향상, 기능성 물질을 첨가한 순한 소주, 고급이미지를 갖는 신선한 생맥주, 탐라오갈피 등의 기능성물질을 우려낸 리큐르, 제주지역 특산물의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술 등은 개발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양조산업은 지역농업뿐만 아니라 식품산업 및 관광산업에서 상당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제주를 찾은 관광객이 서슴없이 한 잔 마시고 싶은 술, 그리고 제주를 떠날 때 한 병쯤은 사들고 갈 수 있는 제주의 특징적인 술을 개발한다면 제주농업과 연계하여 지역사회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비와 산업화에 대한 지원 등은 지방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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