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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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치’라는 말이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불러 모은 것은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가 사망하면서부터였다.
1999년 8월 31일 새벽 애인과 함께 차를 타고 프랑스 파리의 세느강변을 달리던 다이애나를 교통사고로 사망케 한 이가 바로 ‘파파라치’였기 때문이다.

다이애나는 뒤쫓아오는 ‘파파라치’를 따돌리려다 자동차 충돌사고를 일으켰고 이 사고로 사망했다.
‘파파라치’는 이탈리어로 ‘파리처럼 윙윙거리며 달려드는 벌레’라는 뜻이라고 한다.

▲각종 위법행위를 몰래 촬영해서 신고하고 보상금을 타내는 사람들을 통칭해 ‘×파라치’라고 한다.
‘×파라치’라는 신조어는 유명인들의 생활을 몰래 촬영하는 ‘파파라치’를 다양하게 변형시킨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이 ‘×파라치’의 원조격이라면 아마도 ‘카파라치’일 것 같다.
2001년 3월 교통법규 위반 신고 보상제가 실시되면서 법규위반 차량만을 촬영하고 신고해서 타낸 보상금으로 생계를 해결하는 직업적 ‘카파라치’들이 양산됐고 한때 ‘카파라치 신드롬’까지 생길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제주는 지역이 좁다보니 한두 사람 건너면 모두 아는 처지라 ‘×파라치’가 그다지 활개를 칠 정도는 아니지만 국내 전체로 보면 ‘카파라치’ 이후 ‘×파라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슈퍼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찾아 신고하고 포상금을 타내는 ‘슈파라치’를 비롯해 ‘자파라치’, ‘쓰파라치’, ‘표파라치’, ‘땅파라치’, ‘일파라치’, ‘과파라치’, ‘노파라치’ 등 ‘×파라치’의 종류는 일일이 열거할 수조차 없을 정도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급 자치단체나 정부 부처에 신고해 타낼 수 있는 포상금 제도는 대략 20여 종이며, 이 가운데 이른바 ‘×파라치’들이 많이 뛰어드는 포상금 제도는 10여 가지라고 한다.

▲최근 국무조정실이 시민단체에 교통법규 위반차량에 대한 신고자격과 이에 따른 보상금을 주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런데 이 방안이 ‘카파라치’를 양산할 수 있다는 부작용과 함께 시민단체의 순수성도 훼손될 우려가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카파라치’는 불신 사회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지난해 폐지된 제도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교통안전도’ 평가 순위를 높이기 위해 ‘카파라치’ 부활이 검토된다지만 아무래도 ‘카파라치’는 타인과 이웃을 뒷조사하는 ‘몰카’라는 인상을 떨칠 수가 없다.

더욱이 ‘카파라치’가 돈벌이 수단으로 변질되고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불신의 사회를 조장할 우려가 큰 데도 이 제도의 부활을 은근슬쩍 제안해 보는 정부의 발상이 영 마뜩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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