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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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토속음식 중에 하나인 ‘빙떡’은 요즘 건강식품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다른 지방 관광객들로부터 인기를 끈다.

이 빙떡에 얽힌 이야기 하나.

가난한 시골선비에게 시집간 딸이 친정어머니 회갑을 맞게 되었다.

가진 것 없는 이 딸.

어머니에게 무슨 음식을 차려 갈까 고민 끝에 ‘무’를 썰고 소금을 치고 버무린 후 메밀을 부쳐 그야말로 볼품없는 떡을 만들고 친정에 갔다.

일곱 딸 여덟 아들이 차려준 진수성찬 회갑상을 받은 어머니.

맛있는 음식, 모두 사양하고 무속에 메밀로 싼 이 이상한 떡만 먹었다.

“이렇게 맛있는 떡이 어디 있느냐”며.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빙떡의 유래가 이렇다는 것이다.

▲삼국지에 보면 제갈량이 원정을 할 때 무로 군량을 댔던 데서 연유하여 무를 ‘제갈채’라고 하고 있다.

또 후한서(後漢書)의 유분자전(劉盆子傳)에 보면 장안에 적이 쳐들어와 궁전이 포위되어 있을 때 1000 궁녀들이 무를 가꿔 먹으면서 항복을 하지 않았다하여 ‘수절채’로 불린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무를 식용했던 역사는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무와 몹시 가까운 사이였다.

사내 아이를 낳고 싶어했던 부녀자들이 두 갈래진 무를 캐다가 야밤에 몰래 먹는 ‘다산채’로 알려질 정도다.

▲무를 캐는 계절이 오면 무밭에서는 ‘무우타령’이 흥겹다.

한편에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처어녀에는~” 하면 그것을 받아 다른 편에서 “총각무우!” 하고 빠르게 받는다. 이런 식으로 타령은 계속된다.

‘부끄럽다’-‘홍당무우’, ‘입맞췄다’-‘쪽무우’, ‘이쪽저쪽’-‘양다리무우’, ‘물어봤자’-‘왜무우’, ‘방귀뀐다’-‘뽕밭무우’….

이렇게 재미있는 ‘무우타령’처럼 무를 이용한 여러 가지 생선국이나 생선찌개는 제주음식의 정수 중의 정수다.

그 중에 속이 답답할 때는 시원한 옥돔무국이 제일이다.

▲요즈음 밉게 생긴 아가씨 다리를 ‘무다리’라 하지만 옛날 우리 선조들은 한시(漢詩)에서 미끈한 여자의 팔을 ‘무팔’로 비유했다.

또 무가 속살을 예쁘게 한다 하여 아가씨들이 숨어서 잘 먹었던 미용식이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안주가 형편없을 때 ‘무와 소금(radish and salt)’이라고 하는데 서양에서 무의 이미지는 빈곤의 이미지와 직결된다고 한다.

이런 무가 올해는 태풍으로 금값이 되어 무파동이 예상된다고 한다.

가난한 딸이 친정어머니 회갑에 쓸 빙떡 만들기도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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