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과 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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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물학자 최재천 교수(50.서울대)는 “동물의 혈통을 밝힐 때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추적해 어느 암컷의 자손인가를 따지게 된다”며 유전학적으로 호주(戶主)는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이 논리는 현생 인류의 가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그 근원지는 아프리카 대륙이었으며 어느 한 여성이 인류의 공통 조상이라는 ‘아프리카 이브설’에서도 그대로 인용된다.

이런 최 교수의 논리는 “유전적으로나 진화적 측면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기여도가 훨씬 높기 때문에 남성 중심의 혈통을 기록하는 현재의 호주제는 비합리적이다”라고 말한다.

▲오래된 제주도의 고지도들을 보면 동남쪽 바다에 여인국(女人國)이 있다.
우리 전설에는 이 여인국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동해 저편에 인어들의 나라인 여인국이 있는데, 고기잡이 나간 어부들을 유혹하여 번갈아 사랑하여 아기를 낳는다.
낳은 아기가 사내 아이면 바다에 버리고 계집아이만 기른다.
그런데 ‘여다(女多)’의 섬 제주에서 여자 아이를 귀하게 여기고 반대로 남자 아이가 태어나면 버린다는 설화도 이 여인국 전설에서 비롯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옛날 제주에 왔던 경래관(京來官)들이 문화적 우월의식으로 제주의 풍속을 여인국적 인상으로 보고 글을 남겼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18세기 조선 현종(顯宗) 때 농정가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십육지(林園經濟十六志)에는 바다 인어이야기가 있다.
여인의 이목구비와 손.손톱에, 온몸은 옥처럼 하얀 살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저자는 지금의 제주해협인 남해안에서 그물에 걸린 인어에 대한 견문을 적고 있는데 유방이나 배꼽까지 있었다고 썼다. 또 이 인어는 암컷과 수컷이 교합하는 것이 꼭 사람이 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했다.
이러니 당시 이 책을 읽은 관리들이 제주에 대해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상상해 보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선시대 옛 문헌을 보면 암컷과 수컷을 묘사하는 암호 같은 부호가 있다.
관공서나 시장의 문서인 장기(狀記)엔 열고 닫는 괄호로 암수를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

괄호 중 ‘(’는 수컷, ‘)’은 암컷을 의미했다.
이를테면 기왓장 100장을 표시할 때 기와 ‘와(瓦)’자에 ‘)’를 표시하면 암키와 100장을 뜻했고, 닭 ‘계(鷄)’자에 ‘(’표시를 하면 장닭 세 마리를 의미했다.

이런 부호를 설명하던, 지금은 돌아가신 대학 때 교수님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 ‘인(人)’자를 생각한 것이다.”

사회생물학자들이 무어라 해도 사람은 남(男)과 여(女)가 그 하나로 존재할 수 없다는 설명이 기억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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