쇄소응대(灑掃應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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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탄생 100주년을 맞은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새롭게 조명 받고 있다. 사업보국(事業報國), 인재제일(人材第一), 합리추구(合理追求)로 요약되는 호암의 경영철학은 오늘날 세계경제를 대표하는 초일류 기업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이 가운데 인재 중시 경영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특히 신입사원 뽑을 때 면접만큼은 직접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호암으로부터 ‘Ⅹ’를 받은 인재는 다른 면접관의 높은 평가에도 떨어졌다. 반면 ‘O’을 받은 인재는 다른 점수에 관계없이 무조건 합격했다.

호암은 한번 뽑은 인재에겐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기업=사람’이라는 확고한 신념에서 ‘난 사람 뽑기’보다 ‘된 사람 만들기’가 기업의 미래가치를 창조한다는 점을 미리 내다본 것이다.

▲여기 마음이 따스해지는 일화가 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늦은 밤. 미국 필라델피아의 허름한 호텔에 노부부가 찾아와 묵을 곳이 없다며 도움을 청했다. 호텔 직원은 빈 객실이 없어 자신의 누추한 방이라도 사용토록 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어느 날 호텔 직원 앞으로 뉴욕행 왕복 항공권과 초대장이 전달됐다. 노부부로부터 온 것이었다. 호텔 직원을 직접 맞이한 노부부는 “당신을 위해 이 호텔을 지었다”며 그에게 경영권을 넘겼다. 세계적 호텔인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의 초대 경영자가 된 조지 볼트의 유명한 실제 얘기다.

진심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직원의 사람 됨됨이가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옛날 우리 조상들은 지식보다 인성(人性) 즉, 사람 됨됨이를 중시했다.

어릴 적부터 인성교육에 힘썼다. 밥상머리 교육도 나왔다. 성인이 돼선 사회적으로 이름난 사람인 ‘난 사람’보다 인간미 넘치고 사람다운 사람인 ‘된 사람’이기를 희망했다.

해서 서양에선 우리나라를 일컬어 ‘동방예의지국’이라 칭송했다.

그러나 21세기 한국사회는 인성을 가르치는 데는 소홀하고 지식만 가르치려 한다.

‘된 사람 만들기’보다 ‘난 사람 만들기’에만 온 신경을 쏟는다.

이렇게 되면 자기 자신만 알고 남과 공동체를 배려하지 않는 이해타산만 득실거릴 뿐이다.

예의와 염치(廉恥)를 경시하는 일종의 가치도착 현상마저 우려된다.

다시 ‘쇄소응대(灑掃應對)’가 절실해지는 우리사회다. 아침에 눈을 뜨면 잠자리부터 정돈하고 마당에 물을 뿌려 깨끗이 청소하며, 어른에게 문안인사를 드리는 일은 예의의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살만한 사회다.<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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