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변명
위험한 변명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과거를 변명하면 그 과거를 드러나게 한다.” 셰익스피어가 한 말이다. 마치 일본을 두고 한 말처럼 들린다.

일본은 과거사와 관련해 “역사적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절한 반성과 사과를 표한다”는 내용의 말을 거듭해 오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잇따른 망언으로 한국을 자극하고 있다.

이를테면, “일본의 한국병합은 동양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것이었다”는 1995년 에토 다카미 관방장관의 망발과 최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다케시마(독도)는 일본의 영토다”.“매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겠다”는 발언 등이 대표적인 망언에 해당한다.

한 입으로 두 말을 서슴지 않는 일본의 속내는 자명하다. 말로는 국제평화 운운하면서도 아직도 한국을 강점했던 과거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꾸 과거를 변명하면 할수록 스스로 전범자임을 재확인하는 것 뿐 이로울 게 하나도 없다. 설사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꾼다고 해도 더는 두려워할 나라가 없다.

일본은 먼저 말을 조심해야 한다. 칼이 입힌 상처 못지않게 말이 입힌 상처도 깊다. 말은 면도의 양날과 같아서 잘못 휘두르면 다치기 쉽다. 과거 칼로 입힌 상처를 다시 말로 입히려는 작태를 더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

개인이 하는 말은 개인의 인격을 나타내고, 국가 지도자가 하는 말은 국가의 인격과 결부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1일 제85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일본은) 우리 국민의 가슴에 상처를 주는 발언들은 절제하는 것이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양국의)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누가 보더라도 최근 ‘매년 신사참배 강행’ 망언을 한 고이즈미 총리를 겨낭한 발언임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지각 없는 국민이나 인기에 급급한 한두 사람의 정치인이 그런 발언을 하더라도 적어도 국가적 지도자의 수준에서는 해서는 안 된다”며 따끔한 충고를 했다. 모처럼 보는 대통령의 모습이다.

국가 지도자라면 항상 이처럼 절제되고 품위있는 말을 해야 한다. 고이즈미 일본 총리 역시 말을 절제해야 한다. 아무리 위장해도 역사적 사실과 진실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죽은 사람을 무덤에서 불러내고, 산 사람을 묻을 수 있는 것 또한 말이라고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더이상 한국민을 자극하는 망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항상 사실을 말하고 절제된 말로 새 시대가 요구하는 솔직한 지도자의 길을 가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