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예산 꼴찌인 좌파정부 본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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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피라미드의 나라 이집트를 찾은 적이 있다.

이 나라 수도 카이로 외곽지역에는 건물을 다 지어놓고 벽면에 색칠을 하지 않은 집들이 너무나 많다.

이집트 법에는 건물 벽면에 색칠 작업을 마쳐야 건물로 인정하고, 세금을 매긴다는 것이 현지 안내인의 말이다.

때문에 가난한 주민들은 건물 벽면에 색칠을 하지 않고 사는 불편 대신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이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이집트 정부가 법을 고쳐서 건물을 다 지으면 색칠 여부에 관계없이 세금을 납부토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난한 이의 사정을 감안해 그렇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지구촌의 생각 있는 사람들은 이집트를 사회주의 국가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 또한 예전에 국민들이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어느 곳이든 가난한 사람들은 영화 보는데도 부담을 느낀다.

그렇지만 태국에서는 싼 값에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현지 안내인이 한 말이 생각난다.

영화관 앞자리에 앉으면 된다. 태국의 많은 영화관들은 자리를 구별해 표 값을 달리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가난한 이의 사정을 감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나라 총리가 왕을 알현하려면 무릎으로 기어서 가야한다.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게 보이는 이 나라를 사회주의 국가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2005년 OECD의 주요 국가별 GDP 대비 사회복지지출 비율을 보면 한심스럽다.

우리나라는 7.1%로 28위인데, 이는 세계에서 납치사고가 가장 많다는 멕시코 7.0%보다 0.1%P 앞서는데 그친 것이다. 사실상 OECD 국가 중 최하위인 셈이다.

OECD평균 비율이 20.6%다. 자본주의의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도 16.2%로 우리나라보다 2배 이상이었다. 터키도 13.7%로 우리나라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1위인 스웨덴은 30.1%, 2위 프랑스는 29.6%에 달했다.

2005년은 노무현 정권 시기였다.

이 곳 저 곳에서 좌파정부라고 몰아붙였던 시기가 아닌가. 이렇게 복지예산이 짠돌이인 좌파정부는 없다.

좌파정부라고 몰아붙였던 사람들이 무색할 정도다. 그래서 당시 민노당 쪽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를 좌파정부라고 하는 것은 좌파에 대한 모욕이라고 비꼰 적이 있다.

우리 사회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지나치게 오른쪽에 있다 보니 다른 생각을 가진 이를 툭하면 좌파라고 몰아붙이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최근 전교조 간부 3명의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대전지법 형사단독 김동현 판사의 말이 생각난다. 그는 무죄선고를 내리면서 “교사들의 시국선언이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이 크다는 인식도 획일적 교육을 받은 기성세대의 경험에서 나온 낡은 시각”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이 처럼 날카롭게 지적한 이를 본적이 없다.

공무원에겐 영혼이 없다고 하지만 진짜 영혼이 없는 사람들은 획일적 교육을 받고 낡은 시각을 가졌음에도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다.

독재시대 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해 이뤄졌던 ‘반공 웅변대회의 추억’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그렇다.

2010년 대한민국. 선진국을 향해 뛰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후진국 형 사람들은 선진국에서 살기 힘들고, 선진국 형 사람들은 후진국에서 살기 힘든 법이다.

구석기인이 현대에 살기 힘들고, 현대인이 구석기에 살기 힘든 것처럼 말이다.

<박상섭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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