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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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지방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제주지역은 도지사 후보경선 판도를 놓고 전국적인 관심을 끄는 만큼이나 선거 열기가 갈수록 뜨거워지는 양상이다.

그 맨 앞에 걸개그림 형태의 초대형 현수막들이 있다. 구제주이건 신제주이건 도심 목 좋은 명당자리엔 어김없이 자리를 편다. 예비후보는 선거사무소 외벽에 자신을 알리는 현수막을 내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이젠 현수막 크기도, 수량도 제한이 없다.

해서 각 후보 진영은 어떻게 하면 크게 걸까하고 혈안들이다.

더구나 특별히 내세울 명함도 없고 현직도 아닌 경우엔, 취약한 인지도 만회를 위해서라도 비싼 건물 임대료에다 초대형 현수막을 내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미학적 경관을 고려한 현수막은 찾아볼 수 없다.

▲선거 현수막의 요체는 유명 광고처럼 품격 나게 하려는 데 있다고 한다.

공약이나 정책 알리기보다 이미지 홍보에 치우치고 있는 것이다.

7, 8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광고카피 가운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게 있다.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이젠 마음 놓고 휴가를 가라’는 말 한마디가 너무나 반가울 터이다.

힘들게 사는 세상, 이처럼 나를 알아주고 위로해주는 말이 또 어디 있던가.

마찬가지로 선거 현수막도 유권자들의 마음 속 깊이 화살을 꽂을 수 있다면 대박이다. 지난 선거 땐 의문스런 문구만 내건 현수막이 등장했었다. 이 자체만으론 도대체 누가 무엇을 홍보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점차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고 한다. 이른바 ‘티저광고(teaser advertising)’ 기법이다.

▲‘티저광고’는 ‘호기심 유발 광고’를 말한다. 우선 중요한 내용을 감춘다, 소비자의 궁금증을 일으킨다, 점차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이어 소비자를 끌어들이려는 기법이다.

지금까지 선거 현수막하면 모두가 만면에 미소 띤 얼굴들이다. 문구도 자신만이 적임자라는 내용이 주종이다. ‘티저‘는 이런 구태의연한 방식을 탈피하고자 한다.

결국은 호기심 많은 젊은 세대를 겨냥한 인지도 높이기 전략인 셈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들이 신뢰를 주지 못하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본다.

후보의 진정성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못할 경우, 속았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줘 오히려 감표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결론은 온갖 지혜와 기법이 동원됐다할지라도 후보 자신의 진정성이 없는, 치장만 그럴듯한 현수막이라면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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