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해녀의 지(地)를 찾아서(Ⅰ)
일본 해녀의 지(地)를 찾아서(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일본의 중부지방에는 노토반도(能登半島)라는 곳이 있다. 이 반도는 최근 한.일 간에 지명문제로 화제가 되고 있는 동해(일본에서는 일본해)쪽으로 돌출해 있는데, 그 모습은 마치 왼손 손가락들 중 검지를 보기 좋게 반쯤 구부린 형상을 취하고 있다.

노토반도는 행정구역상으로 볼 때 일본의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 중 이시카와현(石川縣)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일부 지역은 인접해 있는 토야마현(富山縣)이 점유한다.

이왕에 일본의 지리적 정보에 접했으니 조금만 더 들어가 보기로 하자. 노토반도의 북쪽 해안의 중앙부에는 인구 약 3만명 정도의 지방 소도시로, 비교적 조용하고 깨끗한 와지마시(輪島市)가 자리잡고 있다.

와지마시는 일본 국내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칠기(漆器)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와지마시는 보통 8개의 지구로 나뉘는데, 이들 중 하나인 와지마 지구에는 아마마치(海士町)와 헤구라지마(倉島)가 포함돼 있다. 이 아마마치와 헤구라지마는 일본인들에게도 생소할 정도로 해녀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여름방학이 거의 끝나갈 무렵, 필자는 해녀(잠녀) 학술조사팀과 같이 와지마시의 아마마치와 헤구라지마를 방문하게 되었다.

방문하기에 앞서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해녀와 비교할 때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왜 노토반도에서도 극히 한정된 일부 지역에만 해녀가 존재하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였다.

아마마치와 헤구라지마에 거주하며 잠수활동을 벌이는 해녀 수는 대략 220여 명이라 하였다. 와지마시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수치는 일본에서도 단일지구 내에 거주하는 해녀 수로는 가장 많은 것이라 하였다.

먼저 아마마치자치회(海士町自治會)의 사무실을 찾았다. 일본으로 건너가기 전에 미리 방문목적과 스케줄을 보내서인지 자치회의 간부들과 해녀인 아주머니들이 나와 있었다.

인사를 주고받은 후에 아마마치를 방문하게 된 목적을 새삼 전하고 제주도에도 해녀들이 많다는 사실을 얘기하며 준비해 간 해녀 사진집을 내밀었다.

자치회 간부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제주도의 사정을 대강은 알고 있는 듯한 태도로 건네받은 사진집을 펼쳐 보기 시작하였다. 그는 이소이리구미아이(磯入組合)의 조합장, 즉 해녀조합의 조합장이었다.

사진집을 펼쳐 보던 조합장은 “야, 거의가 다 똑같군요! 하기는 우리 조상들이 먼 옛날 제주도 부근에서부터 해류를 따라 거슬러 올라 왔다는 설도 있지요”라며 우리를 쳐다보며 얘기했다. 그리고 나서 사진집을 바로 옆에 앉아 있는 해녀 두 사람에게 건네는 것이었다.

두 아주머니도 사진집을 한동안 열심히 보더니 “우리랑 똑같네, 같아!”라며 연달아 큰소리를 질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옛날 자신들이 몸에 걸쳤던 잠수옷과 비교하여 차이점을 설명하기도 하고, 뱃물질 하러 나갈 때 타고 다니던 목선(木船)을 가리켜 비슷하다며 박장대소하는 것이었다.

아마마치의 해녀는 물론 그 해녀의 남편들도 우리 조사팀에게 매우 호감을 갖고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덕분에 예정했던 조사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해녀들과의 인터뷰나 물질과정에서 잘 관찰해 보니, 그들의 말처럼 아마마치의 해녀는 여러 가지 면에서 제주의 해녀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그렇기에 조합장이 꺼낸 얘기와 같이, 어쩌면 아마마치와 제주도에 거주하는 조상이 같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끝내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것이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