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먹이는 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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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학에 갓 입학한 새내기들이 신날 판이다.

초.중.고 12년 공부에만 묶여 있다가 이제 당당한 04학번이 되었으니, 그 뿌듯함을 누가 알랴. 고3 때의 엄청난 스트레스에서 벗어난 지금, 자유로움을 한껏 만끽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새학기 개강도 하기 전에 대학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새내기들을 맞이하는 대학이 벌써부터 예전의 음주문화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끝낸 일부 새내기들이 과음하여 객기를 부리고 미풍양속을 일탈하는 추태를 벌였다. 심지어 숙소에서 실족하여 중상을 입는 불상사까지 잇따랐다.

한국 대학가에 만연된 ‘새내기 술 권하기’가 올해에도 여전할 것이라는 신호탄인지 걱정이다.

▲그동안 상당수 신입생 환영회나 동아리 입회식은 상아탑이 술에 취해 흔들릴 만큼 그 폐해가 심각했다. ‘강권 음주’로 해마다 학생들이 죽거나 다치는 사고로 이어졌다.

대학가는 이 같은 심각성을 해소하고자 많은 건전 음주문화 교육과 캠페인을 시도해왔다.

지난해의 경우 신입생 환영회 제목을 아예 바꿔버려 주목을 끌었다.

모 대학은 술이라곤 찾아볼 수 없고 피자와 콜라가 전부인 ‘피자 파티’를 열었다. 신입생들과 선배들은 다음날 ‘뒤끝’도 없고 깔끔하고 독특한 환영파티라고 호평했다. 병맥주.칵테일.생과일주스 등 저마다 취향에 맞는 다양한 음료와 함께 환영회 모습을 간직하는 ‘디카(디지털 카메라) 파티’도 인기를 끌었다. 막걸리나 소주 대신 우유를 가득 부은 ‘우유 사발식 파티’는 ‘건강파티’로 각광을 받았다. 신입생 환영회 문화의 새 풍속도로서 올해를 기약했다.

▲이제 3월 내내 학부 또는 학과별로 각종 신입생 환영회가 예고되고 있는 시점이다.

대학내 공동체 문화를 대표하는 동아리들도 신입회원 모셔오기에 비상이다. 취업난 등으로 기존의 이념적 모임보다는 ‘웰빙(well-being)’이나 실용적인 모임 쪽에 신입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 일부 동아리는 벌써 홍보 팸플릿을 돌리는 등 발품 팔기에 분주하다.

게다가 출신고교별 동문회, 지역별 향우회 등이 주최하는 환영회도 빠질 리 없다.

대학 새내기들에겐 이 같은 모임이 사실상 사회인으로서 첫 공식적인 술자리가 된다.

‘신고식’이라 하여 술을 매개로 한 ‘통과의례’를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의례는 지나치게 강압적이다. 마시는 술의 양도 과도하다. 이로써 죽음을 불렀다. 이 시절의 술버릇은 평생의 음주 습관과 직결되기도 한다. 문제의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새내기 생활을 술 세례로 시작하며 허송하기엔 4년이 너무 짧고 아깝지 않은가.

제주지역 대학가부터 술 먹이는 대학에서 탈피하는 상아탑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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