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처럼 빚 관리 철저해야
농사처럼 빚 관리 철저해야
  • 김창기
  • 승인 2004.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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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파상의 단편소설인 ‘진주목걸이’는 빚이 있을 경우 사람의 생활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마틸드 부부는 빚 때문에 그야말로 인생이 망가지는 경우다.

파티에서 멋지게 보이기 위해 친구에게서 빌렸던 모조품 진주목걸이를 잃어버린 후 진품으로 오해, 분실 사실을 감추고 똑같은 목걸이를 사서 돌려주기 위해 거액의 빚을 내 이를 갚느라 젊은 청춘을 다 바친다는 내용이다.

이 소설은 빚이 있을 경우 한 사람의 인생까지도 망가뜨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것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행 조사 결과 우리나라 전체 가계 빚은 지난해 9월 말 439조9481억원에서 12월 말에는 447조5675억원으로 증가,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구당 빚은 2002년 2915만원에서 작년 말에는 2926만원으로 증가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이후 매년 두 자리대 증가율에서 작년 한 자리대로 둔화된 것은 다행이지만 은행들이 대대적인 대출회수로 줄어들던 가계 빚이 다시 늘어난다는 것은 상당수 가계가 빚을 얻어다 빚을 갚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도시 직장인은 물론 농.어업인 등 1차산업 종사자들 모두 빚더미에 앉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농업인들의 경우 지난달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비준과 맞물려 농.어업인 부채경감특별법 개정으로 그나마 이자부담이 줄어들어 한숨을 돌리는 소리가 들린다.

도내 농업인들의 이자부담 경감액은 연간 312억원에 달한다.

물론 농업인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은 저리의 정책자금은 물론 7~8%대의 영농 및 생산자금 용도의 상호금융의 이자율이 낮아진 효과다.

농업인들은 20~30대 도시 젊은이들처럼 분별력 없이 신용카드를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빚은 매년 늘고 있다고 아우성이다.

농가부채의 주요 원인은 영농규모의 확장이나 신규시설 투자, 농산물 가격 등락에 따른 경영악화가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농업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진 빚을 전적으로 외부적인 요인으로만 돌리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영농 규모 확장이나 신규시설 투자를 할 때 사업을 하는 것처럼 투자비용에 대한 손익분기점 시점과 이자 등 금융비용 부문까지 꼼꼼히 따지고 분석했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여유자금이 있을 경우 가장 금리가 높고 안전한 금융기관에 예금하고 대출받을 때에는 단 0.1%라도 싼 금융기관을 선택하는 노력이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라면 우선 농어업인 부채경감특별법 시행으로 정책자금 금리는 3%에서 1.5%, 상호금융 금리도 7~8%에서 5%로 낮아진 상태에서 단 하루라도 지체하지 말고 농협을 방문해 금리조정을 하는 부채관리에 나서야 한다.

적(빚)과의 싸움을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자신의 소득이 어느 정도인지, 얼마를 갚을 수 있는지, 소득을 초과한 지출은 없는지를 냉철히 판단하고 어렵더라도 반드시 빚 상환계획을 세워야 한다.

상환할 방법이 없거나 원금을 조금이라도 줄이지 못할 대출이라면 차라리 보유 자산을 매각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금융 관계자들은 처방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빚은 삶을 좀먹고 인간의 생활을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다. 돈이 돈을 벌어오듯 빚은 계속 또 다른 빚을 불러들인다.

온 신경을 써서 농사를 짓는 것처럼 부채를 정확히 파악, 효율적으로 갈아타거나 관리할 수 있을 때에만 빚에서 해방되고 당당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은행(bank)은 맑은 날 우산을 빌려주었다가 비가 오면 우산을 내놓으라는 사람들이다’(마크 트웨인)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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