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보와 티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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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왕사(王師) 무학대사의 일화 가운데 ‘부처와 돼지’가 등장하는 이야기는 지금도 회자된다.

 

어느 날 태조가 장난삼아 말을 건넸다. “대사님! 내 눈에 대사는 돼지처럼 보입니다.”

 

그러자 무학대사는 정중하게 “소승의 눈에는 폐하가 마치 부처님처럼 보입니다.”고 말했다.

 

태조는 다시 말하길 “그게 무슨 소리요, 내가 대사님을 돼지 같다며 놀리고 있는데 나를 부처님처럼 보인다고 해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했다.

 

이에 무학대사는 “개 눈에는 똥만 보인다고, 돼지 눈에는 돼지가 보이고 부처님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이는 법입니다.”라며 한방 먹였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로 ‘자기 눈에 든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든 티끌은 잘 본다’는 금언(金言)이 있다. 여기서 들보는 ‘큰 잘못’을, 티끌은 ‘작은 잘못’을 일컫는다.

 

성경말씀은 자기의 큰 잘못은 보지 못하고 남의 작은 잘못만 보고 비판함을 지적하고 있다.

 

몇 년 전 들었던 얘기 한 토막으로, 어느 여인숙에 말끔하게 차려입는 중년의 신사가 들었을 때다. 하지만 입구가 별로 깨끗하지 않아 기분이 언짢았다.

 

망설이다 주인에게 “여기 돼지우리에서 하룻밤 묵어가는데 얼마요?”라고 빈정대듯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차분하게 답했다. “한 마리는 1만원, 두 마리면 2만원 되겠습니다.”

 

중년의 신사는 영락없이 돼지 신세가 돼버렸다.

 

▲사람들은 이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제 눈에 안경’이란 말도, '남이 하면 불륜, 자기가 하면 로맨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생각하는 대로 들린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무릇 정치인의 자질을 알려면 그의 말을 들어봐야 한다고들 말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내뱉는 말실수가 그 정치인의 본심을 잘 드러내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공인의식 없는 인사들의 저급한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시쳇말로 시정잡배수준이라 질타해도 지나침이 없다.

 

특히 대통령과 근접한 거리에 있는 인사들이 문제다.

 

말로 민심을 사지 못할망정 경쟁적으로 부적절한 발언들을 쏟아 내고 있으니 말이다.

 

더 이상 남의 ‘티끌’만 과대포장하지 말고 제 ‘들보’를 깨우칠 일이다.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는 대한민국의 국격(國格)이 몹시 부끄럽다.<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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