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보다 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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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새학기를 맞은 대학가에 의대생 2명의 선택이 화제다.

의대생 A : “최근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농업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는 한물간 산업으로 취급되는 것이 안타까웠다. 특화 작물 개발에 힘쓰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한국 농업에 활로가 있다고 확신한다. 한국 농업 발전을 위해 국제기구에서 일하거나, 농업정책분야에서 전문성을 살리고 싶다.”

의대생 B : “미학과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예술 기초이론에 흥미를 가지게 됐다. 또 연극 동아리에 참여하면서 공연무대를 향한 욕망이 넘쳐났다. 공연판 아르바이트가 싫지가 않았다. 디지털 카메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것이 흥미롭다. 공연무대를 직접 만들고 싶은 꿈을 도저히 버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는 아주대 의대 본과 2학년을 마친 뒤, 수능시험을 거쳐 올해 서울대 농생대학 농경제사회학부에 입학한 황준상씨(23)의 얘기.

의사와 약사인 황씨 부모는 장래 안정된 의사로서의 직업을 포기한 아들의 ‘인생 U턴’을 매우 아쉬워했다. 결국 부모는 고민 끝에 아들의 농대 입학을 받아들였다 한다.

후자는 1998년 수능에 높은 성적을 받아 서울대 의대로 진학했던 이홍복씨(24)의 경우. 이씨는 공연기획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올해 같은 대학 미학과로 전과했다.

이씨는 조금만 참으면 의사가 되고, 이후 취미로 무대 공연을 기획하여도 되지 않느냐는 주위의 현실적인 충고에도 흔들리지 않고, 홀가분하게 적성을 택했다는 소식이다.

▲오늘날 우리 대학 입시의 교육 현장은 어떠한가.

이공계 고3생이나 재수생들은 의대.치의대.한의대 등 입학에 매달리는 현실이다.

심지어 대학 재학생이나 일부 직장인들조차 이들 대학 편입 준비에 만사를 제쳐 놓고 있다.

그러나 의대생 황씨와 이씨는 ‘메스보다 쟁기를’, ‘메스보다 예술 메가폰을’ 잡는 길을 택했다. 이들은 최근 의대 열풍을 시류에 편승한 붐이라고 단정한다. 의료 개방이 이뤄지면 의사가 갖는 프레미엄이 적어지고, 거품도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정학과의 인기가 기복을 타듯 의.치대 등 쏠림 현상도 오래 가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황씨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것 같아 선택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제 길이 아닌 것을 깨닫고 나니, 더이상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한다.

‘배부르고 따뜻한’ 길을 버리고, ‘배고프고 추울지도 모를’ 비포장을 택한 젊은이들이다. 소신껏 ‘배움의 U턴’을 선택한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원하는 결실을 거두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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