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自畵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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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우리나라 부자들의 문화적 변화를 묘사한 얘기가 널리 회자된 적이 있다. 우선 본인 당대에 돈을 벌었을 경우다. 가장 먼저 변화는 것은 십중팔구 집이다. 부를 오래 안전하게 보전할 수 있는데다 자신의 성공을 과시하는 데 집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것이다. 부가 2대째 지속될 때는 옷차림이 달라진다.

이들 대부분은 검소한 의복을 즐겨 입는다. 그러나 자식들 의복은 대개 화려한 경우가 많다

반면 부가 3대째를 이어가는 경우엔 가장 두드러진 문화적 변화는 음식이다. 한 끼의 식사를 하드래도 맛과 멋과 분위기 등을 따진다. 이른바 음식문화의 품격을 즐긴다는 의미이다.

동서고금을 통해 진정한 부자는 어떤 사람을 말할까.

도덕적 의무를 실천하며 정신적 풍요를 누리는 자들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는 화두를 던져본다.

국제경제의 여러 지표를 볼 때 한국은 세계 10∼15위의 상위권에 올라있다. 선진국 클럽인 OECD 회원국이다. 오는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금융정상회담 G20의 의장국이기도 하다. 세계지도상 230여 개 국가 가운데 이 정도면 자랑스러워할 만하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그에 걸 맞는 모습이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럽고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최근 통계청이 분석 발표한 ‘2009년 생활시간 조사’ 결과는 외형과 허울만 번듯하고, 정작 삶의 품격은 낮고 질 또한 떨어지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1999년 첫 조사이후 제3회인 이번 조사결과는 5년마다 삶의 질 비교를 가능케 한다.

이에 따르면 독서시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외형을 치장하는 시간은 늘었다.

그러나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봉사활동 시간이 하루 평균 2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0년 전인 1999년 3분보다 1분이 줄었다. 5년 전인 2004년에도 3분을 유지했었다.

봉사활동 참여자 비율도 10세 이상 전 국민의 1.7%로 2004년 2.2%보다 크게 낮아졌다.

특히 고소득층일수록 낮았다. 월 500만 원 이상 소득자 중 0.1%만이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결국 ‘노블레스 오블리주’(사회 지도층 또는 부자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는 남의 나라 얘기일 뿐이다.

지난해 국제사회의 지원대상국에서 탈피, 원조국으로 위상이 바뀐 대한민국 국민들의 오늘 모습이다. 서글프고 일그러진 자화상(自畵像)이 아닐 수 없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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