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훈련 메카 제주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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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제주시와 서귀포시 거리에서 운동선수들을 만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장면이 아니다.

제주가 동계전지훈련의 최적지로 평가되면서 해마다 많은 선수단이 제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전지훈련단은 지역경제에도 효자노릇을 톡톡하게 한다.

전지훈련단 유치효과는 제주발전연구원의 최근 분석에서 명료한 모습을 보인다.

제주발전연구원은 지난해 육상·태권도·테니스·유도·골프 등 37개 종목에 걸쳐 4502개팀·7만5000여 명이 제주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했다.

제주에서 열리는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평균 5, 6일 정도 머무는데 비해 이들 전지훈련단은 평균 12일 정도 장기간 체류하며 786억원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됐다.

2007년 6만 5000여 명의 전지훈련단이 내도해 676억원을 지출한 것과 비교해 볼 때 2년 새 111억원이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전지훈련단의 제주 ‘러시현상’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지난해 전지훈련단의 지역경제에 대한 파급효과는 1123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지훈련은 관광비수기인 겨울철에 집중되기 때문에 제주관광의 틈새를 메워주는 역할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와 제주시, 서귀포시는 해마다 항공료와 숙박요금 할인, 공공체육시설 사용료 면제 등의 인센티브와 함께 재방문을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전지훈련 유치 필요성은 제주만 느끼는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여러 지방에서 전문시설을 갖추고 선수단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본 등지에서도 전지훈련단에게 시설 제공은 물론 연습상대 배정, 만찬 초대 등 재방문을 이끌어내기 위한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치열한 유치 경쟁에 돌입한 상황에서 제주가 전지훈련의 메카로 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서둘러야 할 일이 많다.

지금까지 제주의 장점은 기후라는 천혜적인 조건에 기인한 것이지, 지역사회의 노력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의 해결책은 도민의 눈이 아닌 그들, 전지훈련단의 눈에서 봤을 때 나온다.

손주일 원주시청 육상감독은 지난달 말 발간된 제주체육 66호 기고에서 시설 인프라 부족을 제기했다.

새벽에 선수들과 도민이 몰려 훈련 중 선수들이 넘어졌던 일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운동장 내 웨이트 시설 부재 등을 지적했다.

또 다른 지도자는 부족한 실내 연습시설과 숙박 및 교통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이들의 지적은 해마다 기사화되는 연례행사이기도 하다.

비가 오면 북새통을 이루는 제주종합경기장 주경기장 관중석 부근 등은 이제는 일상화되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스포츠산업이 제주를 먹여 살릴 제3의 지주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같은 표현이 맞다면 냉정하게 스포츠산업을 발전시켜 나갈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무한경쟁에서 기후만 믿고 언제까지나 전지훈련단이 열악한 시설의 제주를 찾을 것이라는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시점이다.

‘전지훈련을 유치하는 것으로만 끝내지 말고 내려온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장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지적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양적인 팽창에만 현혹되지 말고 차분히 현실을 되짚어봐야 할 때다.



<홍성배 체육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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