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無爲)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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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老子)는 “인간이 저지르는 가장 큰 잘못은 인위적인 정치와 전쟁”이라고 했다. 그가 살았던 춘추전국시대(BC 8~5세기)의 중국 역시 오늘의 세계와 흡사했다. 전쟁이 끊이지 않아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민생은 도탄에 빠졌다.

그가 도덕경(道德經)을 쓰게 된 동기도 절망적인 상태의 인간을 구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노자의 중심 사상은 전체의 삶과 영원한 삶이다. 따라서 그것은 자연의 도(道)와 더불어 이루어진다고 했다.

모두 81장(5000자)으로 쓰인 도덕경 중 제29장 ‘무위(無爲)’편은 바로 지금 우리의 정치상황을 꿰뚫어 보고 한 말처럼 구구절절하다. “천하는 신통한 보물이다. 억지로 다룰 수 없고 움켜쥘 수도 없다. 억지로 다루려면 망가지고 움켜쥐려면 없어진다.” 천하는 신기(神器)인데, 누구든 자의와 조작으로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도덕경 제76장 ‘계강(戒强)’편 역시 의미 심장하다. “무력이 강하면 이기지 못하고, 나무도 억세면 잘린다. 강하고 큰 것은 밑에 깔리고, 유약한 것이 위로 오르게 마련이다.” 스스로를 낮추면 결국은 위로 오르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이 바로 무위(無爲) 자연의 도(道)인 것이다.

노자의 “굳고 강한 것은 죽고, 부드럽고 약한 것이 산다”는 논리는 제78장 ‘임신(任信)’편에서 절정을 이룬다. “천하에서 물보다 더 유약한 것이 없다. 하지만 굳고 센 것을 꺾는 데는 물보다 더 뛰어난 것이 없다. 아무도 물의 본성을 바꿀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노자는 무위와 물에서 영원한 삶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양보하고 참는 사람이 결국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남을 보지 말고 남을 중심으로 나를 보고, 나를 위해 남을 부리지 말고 남을 위해 나를 희생하는 것이 무위 정치의 본질인 것이다.

자리와 몫에 연연하지 않고 봉사하고 헌신하는 일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적어도 정치인들만은 그래야 한다. 탄핵정국으로 이어진 오늘의 정치상황 모두 무위와 무욕을 취하지 못한 탓이다. 17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그 전망은 그리 밝아 보이지 않는다.

또다시 총선 후보자들의 사욕과 집단이기(利己)가 판치고 있다. 정책대결이 아닌 비난전이 난무하고 있는 것이다. 이기적이고 인위적인 정치는 이쯤에서 끝내야 한다. 물방울이 떨어져 돌에 구멍을 뚫는 지성무식(至誠無息)의 정치, 욕심을 버림으로써 얻는 무위의 정치부터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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