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五感)과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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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오감(五感) 만족의 시대다.

먹을거리 맛 집 탐방에서부터 주말나들이, 체험관광, 패션, 문화공연 및 강좌, 프로스포츠 팬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오감을 동원하지 않으면 눈길을 끌지 못한다.

시각(視覺), 청각(聽覺), 후각(嗅覺), 미각(味覺), 촉각(觸覺)의 다섯 가지 감각이 모두 사용돼야 만족되는 시대인 것이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체취를 맡고, 맛을 느끼며, 피부로 확인할 수 있다면 마음의 문을 여는 관계다. 이는 공감(共感)으로 이어진다.

아마 좋은 친구사이라면 이럴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관계는 십감(十感) 만족이다.

십감은 기존의 오감을 기본으로 하고 비(非) 오감이란 신(新) 오감까지 갖춘 것을 말한다.

신 오감은 직접 눈으로 보지도 듣지도 체취를 맡지 않아도, 그리고 직접 맛을 느끼지도 피부로 확인하지 않더라도 마음으로 보고 듣고 맡고 느끼며 상대의 기쁨과 슬픔을 같이 하는 관계다.

이쯤 되면 지란지교(芝蘭之交)다. 지란지교는 향기로운 꽃인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의 사귐이다. 지초와 난초처럼 맑고 깨끗하며 고결한 벗 사이의 우정을 뜻한다.

역사 문헌으로 보면 나를 낳아준 사람은 부모이지만, 나와 공감하고 소통하는 사람은 벗이 아니던가하며 벗을 위해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은 선비들이 적지 않았다.

▲‘순망치한(脣亡齒寒)’이란 고사성어가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뜻한다.

실과 바늘처럼 입술과 잇몸은 공존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입술은 잇몸을 위해 찬바람 등 모진 환경을 다 막아준다. 입술이 온전해야 잇몸도 온전하다는 얘기다.

문제는 서로가 공존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상대방에게 입술 역할을 떠넘긴다는 점이다.

친구관계도 마찬가지다.

옛말에 술을 같이 마시고 음식도 같이 할 때는 형 동생 하는 친구가 천명이나 됐으나, 급하고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땐 도와주는 친구가 하나도 없더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오늘날에도 돈과 명예만 쫓아 형 동생 하는 의리없는 가식(假飾) 친구가 많아지는 모양이다.

오감만족의 유행시대에 스스로 입술이 되는 인간관계가 그리운 시대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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