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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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image)가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 지 오래다. 시장에서 사소한 물건을 고를 때도 이미지가 작용하고, 쓸 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때도 이미지가 중시된다.

이미지의 우리 말은 ‘마음속에 그려지는 사물의 감각적 영상(映像)’이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물의 모습과 영화나 텔레비전의 화상(畵像)이 이에 해당한다.

이미지는 먼저 상표의 발달을 가져와 시장경쟁력을 유도했다. 시장경제의 원동력이 됐다. 이를테면 ‘코카콜라’나 ‘햄버거’ 또는 ‘청바지’ 모두 고유 브랜드를 통한 이미지 부각의 성공적인 사례들이다.

하긴 이미지는 원래 예술적 영역에 속하는 말이다. 영상 자체가 예술성을 내포하고 있다. ‘영상의 미(美)’가 강조되는 데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미지를 내세운 예술운동은 문학에서 시작됐다. 제1차세계대전 말기 전통적인 시풍(詩風)에 반대한 영미(英美)의 시인들이 일으킨 신시운동이 바로 이미지즘이다.

애매한 일반적 개념의 시풍에서 탈피해 음악적 율동과 회화적 영상의 중요성을 강조한 새로운 운율의 시들이 창조돼 나왔다. 파운드가 대표적 시인이며, ‘황무지’로 유명한 엘리어트가 그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다.

상표와 시 등 예술부문의 활용도가 컸던 이미지를 정치에 접목한 사람은 역시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다. 케네디의 선거 슬로건은 ‘뉴 프런티어’였다. 국민들에게 진취성과 개척정신을 요구한 선거전략이 먹혀들었던 것이다.

물론 TV 선거의 덕도 톡톡히 보았다. 젊고 잘생기고 패기 넘친 말솜씨가 닉슨 후보를 누르는 데 크게 작용했다. 어떻든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정책과 차별화한 개인적 이미지가 당선의 비결이 됐던 셈이다.

17대 총선을 눈앞에 두고 민심을 붙잡기 위한 여야의 몸부림이 가관이다. 열린우리당이 당사를 창고로 옮기더니 한나라당도 이에 뒤질세라 천막 당사를 설치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재래시장을 돌며 몸을 낮춰 악수공세를 펴고 있고, 택시로 출.퇴근하는 후보들도 늘고 있다. 모두 부패정치에서 손을 떼고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는 이미지 쇄신 전략이다.

그러나 순간의 행동으로 이미지는 개선되지 않는다. 일단 위기만 넘기고 보자는 속내인 것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여야는 선거가 끝나고 당사를 옮겼을 때 느낄 국민들의 불신 감정도 감안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는 진짜 이미지 선거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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