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사표
출사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아름다운 말은 살피시어 받아들이시고 선제께서 남기신 가르침을 마음 깊이 새기소서. 신은 이제 먼 길을 떠납니다. 눈물이 나서 더이상 말할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제갈량의 출사표 내용이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 조조군을 치기 위해 떠나던 날 아침, 유비의 아들 유선에게 눈물을 흘리며 이 표를 올렸다.

그는 출사표를 통해 충신을 추천하고, 선친의 뜻과 가르침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한다.

이 출사표는 제갈량을 충신의 표본으로 만든다.

구구절절 충언으로 가득한 출사표의 내용도 그렇지만, 출사표의 표현대로 제갈량이 임금과 나라를 위해 스스로 실천한 바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출사표(出師表)는 이처럼 ‘임금에게 올리는 글’이다. 출(出)은 출동(出動)을 의미하고, 사(師)는 여기에선 스승이 아니라 군대를 의미한다. 따라서 군대를 이끌고 전쟁터에 나가면서 임금에게 올린 상소가 출사표인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출사표를 던진다’는 표현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떻게 신하가 임금에게 출사표를 던질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말 쓰임새는 출사표가 던지는 대상이 된 지 오래다.

이제 출사표는 어떤 일을 실천 또는 도전함에 있어 비장한 마음의 각오 또는 다짐쯤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 예로 축구경기 결승전을 앞둔 양팀 감독의 입장은 출사표로 표현된다.

▲2일로 4.15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선 모두 11명의 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 후보가 던진 출사표의 내용은 제갈량의 그것처럼 구구절절 도민과 지역발전을 위한 충언이었다. 구태의연한 정치에서 벗어나겠다는 다짐도 했고, 어려운 지역경제도 살리겠다고 했다.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도 만들 것임을 약속하면서 밝은 희망도 얘기했다. 또한 그 희망을 자신하기도 했다.

유권자로선 흐뭇하고 고마운 일이다. 각 후보들이 약속한 그것을 지켜낸다면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인들의 말 잔치에 이미 유권자는 익숙해져 버렸다. ‘믿을 것을 믿어야지’라며 정치인 얘기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때문에 정치인들에 대한 도민 불신도 이번 선거를 통해 치유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래서 말인데 유권자들은 아마 “후보들이 밝힌 출사표대로 선거운동 과정만이라도 깨끗했으면 한다”고 바랄 것이다.

또한 유권자로선 이 점을 제대로 살핀다면 후보 선택의 소중한 기준이 될 법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