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국민이 헌법을 재판한다
모든 국민이 헌법을 재판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어김없이 사월은 왔다. 그러나 이번 사월은 단순한 꽃의 계절이 아니다. 여러 면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 심판의 계절이다. 그것도 헌법에 대한 재판이다.

먼저,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한다. 4월 2일의 두 번째 변론기일부터 본격적인 심리가 진행될 것이고, 아마도 이번 달이 가기 전에 심판 절차의 종결뿐만 아니라 결정까지 할 수 있으리라는 예상이다. 탄핵의 소추위원인 김기춘 법사위원장이 자신의 선거 준비를 이유로 주장하는 심리 연기는 받아들여질 리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의결된 뒤에 나타난 국민의 반응은 몇 가지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탄핵에 반대하든 찬성하든, 무엇보다 자발적 행동으로 보여 준 국민의 의사 표시는 참여 민주주의의 모습 그 자체였다. 불가피하게 지니고 있는 대의제의 결함을 보완하는 길은 참여 민주주의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 정치의 앞날은 약간의 희망을 발견한다.

희망은 행동에서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촛불을 켜고 피켓을 드는 것은 형식에 불과하다. 더 중요하고 놀라운 것은 그 이면에 깔린 국민의 판단력과 의식 수준이다. 헌법 조문을 읽지 않아도, 헌법 교과서를 구경조차 한 적 없어도, 탄핵이 무엇인지 안다. 적어도 탄핵 사유나 요건에 대해 국회의원들보다 더 잘 안다. 아무리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의장이 의장석을 확보하고 행한 표결이라도, 적법절차가 왜 필요한가도 잘 안다. 국민은 각자가 헌법의 주인공이므로, 나름대로 헌법의 전문가다.

검찰은 법령까지 위반하며 장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서둘러 집회 주최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했지만, 사실은 행사 진행자들이 이미 집회의 종료를 결정한 뒤였다. 물론 소환된 네 사람도 자진 출두 의사를 먼저 밝혔다. 이런 과정들을 살펴보면, 법을 지키는 것도 국가 기관보다 국민이 훨씬 앞선다.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의 권한이지만, 실제의 심판은 이미 국민이 한 셈이나 다름없다. 헌법재판소는 그런 국민 다수의 의사를 읽어 심판 절차를 행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박제된 법 적용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탄핵 심판만 헌법 재판이 아니다. 4월 15일의 선거도 따지고 보면 헌법 재판이나 마찬가지다. 유권자는 실질적인 주권자다. 선거에 참여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은 헌법의 실현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다른 의미의 헌법 재판이다.

우선 첫 번째 심판 대상은 국회의원 입후보자들이다. 지난 4년 동안의 의정 활동을 평가할 것이다. 헌법이 부여한 권한과 의무를 제대로 행사하고 이행했는지 판단할 것이다. 앞으로 누가 더 적합한 인물인지 결정할 것이다.

두 번째 심판 대상은 당연히 정당이다. 어느 정당이 당리당략보다 국민의 삶과 헌법의 정신을 먼저 생각하는가 따질 것이다. 어느 정당이 거부를 일삼고 비난을 남발하는지 점검할 것이다. 어느 정당이 협력의 정신을 앞세우고 변화와 개혁을 두려워하지 않는가 계산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이번 사월 총선의 내용이다. 그러니 단순한 선거가 아니라 헌법 재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를 맞는 유권자들도 여느 선거철과는 좀 다른 자세를 가질 필요도 있겠다. 눈치를 보며 권리의 대표자를 뽑는다는 식의 태도는 곤란하다. 누구로부터 무언가를 받은 보답으로 한 표를 행사해서는 큰일난다. 유권자는 한 표의 행사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스스로가 헌법을 실현하고 헌법 재판을 하는 재판관이다. 그러므로, 마치 후보자들과 정당을 피고인처럼 바라보고 냉정하게 재판해야 한다. 이번 사월에는, 우리 모두 목련꽃 그늘 아래서 편지를 쓰는 대신 투표장으로 달려가 재판을 해야 한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