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엔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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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모처럼 쉬는 토요일 오후, 사무실에 출근했다. 엊그제 인사이동으로 정리할 일들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A선배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점심 안 했으면 집에서 우동 끓여 먹자는 것이었다. 마침 허기를 느끼던 차인지라 잘됐다 싶었다. 그냥 차를 몰고 선배 집으로 향했다. 이렇게 해서 우리 4명의 부부는 서회선 주말 드라이브를 떠났다. 중산간도로 양옆 샛노랗게 핀 유채꽃의 향연에 취하며 설록차박물관 ‘오, 설록’에 도착하고는 적이 놀랐다. 간간이 내리는 봄비 속에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는 점과, 도민 관람객들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들 대부분은 부부 동반이거나 어린 아이와 동행이었다. 아빠랑 엄마랑 같이 녹차 아이스크림을 먹는 아이 표정이 너무나 즐거워보였다. 건강한 가정 모습이리라.

▲그러나 안타깝게도 가정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2003년 혼인.이혼 통계 결과’는 상식을 뒤엎는다. 한마디로 결혼은 늦게, 이혼은 쉽게 였다. 하루에 485쌍이 갈라섰다. 2002년에 비해 이혼건수가 15%나 급증한 것이다. 부부가 갈라서는 데 ‘성격 차이’가 45.3%로 여전히 수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고부갈등을 포함한 가족간 ‘불화’는 13.0%로 3위로 밀려나면서 ‘경제문제’가 16.4%로 2위로 올라섰다. 경제문제는 외환위기 전보다 3.7배나 늘었다.

이혼에서 ‘돈’이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특히 제주는 인구 1000명당 3.9건으로 인천시 4.5건에 이어 이혼 도시 2위로 나타났다.

▲정부는 급증하는 이혼을 예방하기 위해 이혼 전 전문가 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종교계와 여성계, 시민.사회단체는 오래 전부터 가정 회복 운동에 발벗고 나선 상태다.

그러나 위기에 처한 가정을 구조하고 치유하는 길이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묻지마 이혼’을 결행하는 상당수 여성들을 보자. 이들은 가정이란 구속에서 벗어나 ‘내 삶을 다시 설계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잖은가.

여성들이 무섭게 변화되고 있는 사실을 우리 사회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 새로운 가족문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가족이 공유하는 가정을 만드는 것이다. 우선은 여가문화에서부터 이를 시작해 보자. 서로 취미생활을 같이 하며, 때론 자녀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해 보는 것이다. 같이 걷고, 같이 뛰고, 같이 차를 타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움일 것이다. 새로운 가족문화는 여기서 비롯된다. 이번 주말엔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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