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기소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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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죄를 지은 사람은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그런데 우리 사회엔 죄를 짓고도 처벌받지 않은 채 보란 듯이 군림하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종종 목격된다.

이른바 ‘부와 권력’을 모두 갖고 있는 이 같은 ‘특권층’들을 보면서 대다수 시민들은 더욱 자신들의 삶에 상대적 박탈감과 자괴감을 느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소한 잘못을 하고도 처벌받는 시민들을 지칭해 흔히 ‘백 없고 재수 없는 사람’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처럼 죄를 지은 사람들에 대한 국가 징벌권 행사에 말이 많은 가운데 최근 제주지검이 이례적으로 실형이 불가피한 구속 피의자 2명에 대해 기소유예를 결정, 석방함으로써 법조계에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통상 정치인 등 ‘특권층 인사’들에게나 허용됨직한 기소유예 처분이 일반 시민들에게도 허용된 것이다.

기소유예란 간단하게 말하면 죄를 범한 사람에 대하여 공소(公訴)를 제기하지 않는 검사의 처분을 뜻한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범인의 연령, 성행(性行), 지능과 환경, 피해자와의 관계, 범행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 정황 등을 참작하여 소추할 필요가 없다고 사료될 때에는 공소를 제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이처럼 검사가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음에 따라 피의자는 당연히 재판을 받지 않게 되며 그에 따른 처벌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기소유예는 검사의 고유 권한인 데도 구속된 형사 피의자에 대해 선뜻 기소유예를 결정하기는 쉽지 않다.

제주 출신으로 현재 대검 형사부장으로 재직중인 김원치씨는 2001년 11월 ‘검찰간부 처신 14계명’이란 글을 통해 “과거 구속피의자를 기소유예나 약식기소하려다 상사로부터 청탁이나 금품 수수 의심을 받은 때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만큼 구속 피의자에 대한 기소유예 결정은 검사의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법치주의 체제에서 법을 위반한 사람은 당연히 법이 정한 대로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국가 징벌권의 궁극적 목표가 사회의 안녕 질서를 위한 것이라면 반드시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데도 상당수 시민들은 의견을 함께하고 있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그래도 시민들에겐 여전히 높기만 한 ‘검찰 문턱’을 조금이나마 낮추고 시민들과 함께하려는 ‘검사들의 노력’으로 이해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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