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군(大上軍)
대상군(大上軍)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지금은 그 수가 감소하면서 자치단체마다 매년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는 제주해녀들은 원래 생존을 위해 변화무쌍한 바다에 뛰어들었다. 어머니에서 딸, 며느리에게로 대물림됐던 해녀들도 물질하던 기량에 따라 등급이 매겨졌다.

해녀 중 맨 윗자리는 대상군(大上軍) 차지다. 큰 잠수와 같은 뜻으로 물질하는 기량이 제일 뛰어난 해녀를 말하는데 한 마을에 대상군의 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 대상군에 비해 기량이 조금 부족한 상군(上軍), 상군에 비해 조금 아래 등급인 중군(中軍), 작은 잠수로 일컫는 하군(下軍)이 맨아래 등급이다.

해산물 채취 능력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 해녀의 세계도 이렇듯 군(軍)이라는 조직 아래 계급이 매겨져 제주의 척박한 살림을 떠받쳐 왔다.

▲“나 어멍도 날 아니 낳고(내 어머니도 날 아니 낳고)/나 아방도 날 아니 낳고(내 아버지도 날 아니 낳고)/짐진 산이 베 빌언 낫저(짐진 산이 배 빌어 낳았네)”(제주민요 중에서).

밭에서 일하랴, 물질하랴 제주여인들의 고단하고 버거운 삶이 이처럼 민요 속으로 전이됐다. 숙명적으로 짐을 진 채 살아가는 제주여인들의 처지는 그러나 특유의 근면한 미덕으로 탄탄하게 제주를 이끌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15 총선을 일주일여 앞두고 여야의 대표, 선대위원장, 대변인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제주를 유세차 찾아왔다. 지난 3일 민주당 추미애 선대위원장을 필두로 8일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제주를 찾아 각각 후보를 낸 선거구를 강행군하며 제주지역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했다. 여기에 박근혜 대표를 수행했던 전여옥 대변인, 역시 제주지역 후보지원 연설에 나선 박영선 열린우리당 대변인을 포함하면 모두 여성 정치인들이다.

특히 이들 대변인은 “인기있는 분이니까 열린우리당 후보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전여옥), “어떤 일이든지 자신감을 갖고 활발하게 일을 하고 한나라당에 잘 맞는 분”(박영선)이라며 서로를 치켜세웠다.

선거법 개정으로 합동연설회와 정당연설회가 폐지된만큼 이들의 지원유세는 선거운동 중반 후보들의 세몰이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이번 제주지역 선거 지원에 나선 이들 여성 정치인은 누구나 제주해녀의 으뜸인 대상군(大上軍)을 꿈꾸며 총선에서의 승리를 장담하고 있다.

그들이 ‘여다(女多)의 섬’ 제주에서 진정으로 호소하는 한표 한표의 소망이 제주여인들의 근면.개척의 정신으로 이어져 바른 정치로 거듭나기를 기대해 본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