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과 正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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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참으로 뒤죽박죽이 된 기분이다. 스스로를 비롯해 늘 접하는 일상의 것들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체감한다.

무엇보다 언어의 뒤틀림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정치사회적으로나 지역공동체 할 것 없이 같은 언어로 다른 말하기 일쑤다. 심지어 고유한 의미에 정략성과 이해관계가 투사되면서 가치의 혼란과 소통의 단절이 더욱 깊어질 밖에 없는 요즈음이다.

오죽하면 경제규모가 세계적인 국가치고 대한민국처럼 언어 왜곡에 의한 피해가 심한 나라도 없다는 자조가 터져 나올까.

21세기 첨단과학 시대에 기원전 시대로 되돌아가자는 말들이 나온다.

공자(孔子)가 설파한 정명사상의 가치를 배우자는 얘기다.

▲정명(正名)은 한자 뜻풀이 그대로 이름(名)을 바르게(正) 하는 것을 말한다.

정명사상을 압축한 것이 ‘군군(君君), 신신(臣臣), 부부(父父), 자자(子子)’의 여덟 자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답게, 자식은 자식답게’라는 뜻이다.

언뜻 보면 층층 위계질서가 버티고 선 봉건적 틀이 읽힌다.

그러나 현대적 함의로 짚어보면 이만하게 절실한 말씀도 없다.

주변만 둘러봐도 상식이 통하지 않으며,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고, 예의가 무너지는 일탈이 무수하다. 정명사상은 이런 일탈의 시대에 각자의 본분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주고, 기본과 원칙에 충실하라는 21세기형 가르침이다. ‘∼답다’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실제적 증명인 것이다.

▲다시 5월을 맞고 있다.

어린이날(5일)을 시작으로 어버이날(8일), 입양의 날(11일), 스승의 날(15일), 성년의 날(17일), 부부의 날(21일) 등 가정의 달을 상징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이 날을 맞아 ‘오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우리가 자라면 나라의 일꾼’(어린이날 노래),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 보다도 높은 것 같애’(어머니 은혜), ‘스승의 은혜는 하늘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스승의 은혜) 등을 불러 축하하곤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5월의 노래는 해를 거듭할수록 빛을 바래고 있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어버이는 어버이답게, 부부는 부부답게라는 존재의미의 실종 탓이다. 상대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노력들이 더 없이 간절하다.

가정의 달을 맞아 정명을 생각하는 날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김범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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