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추석엔 부부가 같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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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일 앞으로 성큼 다가온 한가위.
하지만 주부들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추석 연휴’다.

명절 때면 많은 일로 인해 육체적.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게 되는 이른바 주부들의 ‘명절 증후군’ 때문에 한마디로 명절은 그들에겐 ‘노동절’인 셈이다.

평소보다 훨씬 늘어난 가사 노동, 시댁 식구들과 함께 지내면서 생기는 갈등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피로감 등은 두통, 소화장애, 불안증, 우울증 등의 증세를 수반하기도 한다.

▲아니 벌써 추석?=주부인 홍모씨(32.제주시)는 추석이 열흘 넘게 남았지만 벌써 머리가 지끈지끈 아프다.

당장 이번주부터 제수용품을 마련하기 위해 시장보기 목록을 챙겨야 하고 몰려들 남편 친구들과 시댁 식구들의 뒤치다꺼리(?)를 생각하면 밥맛도 별로 없다.

사실 해를 거듭할수록 가족들이 가사 노동을 분담하는 등 명절 풍속도가 몰라보게 달라지곤 있지만 홍씨는 여전히 ‘예의와 형식’을 요구하는 사회 분위기와 오랫동안 굳어진 집안 명절 분위기에 대한 변화를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홍씨는 “며느리에게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라도 건네자는 등의 제안은 잠시 여성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책이 될 수는 없다”며 “궁극적으로는 음식 장만은 여자가 하고, 치우는 일은 남자가 하는 등 명절 준비 때부터 철저히 노동을 분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여민회의 한 상담자는 “무엇보다 육체적 노동과 피로감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며 “명절 증후군을 막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주부의 가사 노동을 분담하고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긍정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벌초 증후군’까지=사실 젊은 주부들은 이미 ‘벌초’ 때부터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주부 강은비씨(34)는 “비록 직접 따라나서진 않지만 낫을 손질하는 일에서부터 장을 보고 새벽에 일찍 일어나 음식을 준비하고 하는 과정들이 스트레스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올해 결혼한 한소리씨(28)는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집안에서 벌초를 한다니까 새벽에 일어나서 음식을 차리고 남편 준비물을 챙기고 하는 일이 생소하게 느껴졌다”며 “마음에 와 닿지 않는 일을 하게 되자 괜히 남편에게 화가 났다”고 말했다.

▲‘노동을 나누는 명절로’=‘기름냄새 진동하네/머리카락 뻑뻑하네/허리 한번 펴고 싶네/한 시간만 눕고 싶네/명절 되면 죽고 싶네/일주일만 죽고 싶네/10년 동안 이 짓 했네/사십 년은 더 남았네…’.

지난 설 연휴를 앞둬 인터넷에 올라 화제가 됐던 ‘며느리를 위한 시’의 구절이다.
그만큼 명절을 맞는 이 땅의 주부들의 편치 않은 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명절 증후군’의 가장 큰 근본 원인은 여자만 일을 한다는 데 있다.
‘둘째 며느리’란 한 아이디(ID)를 가진 한 네티즌은 한 여성사이트에 “하루에 밥 그릇을 300개도 더 씻고 간식상, 술상, 떡상 등 서른 번 정도 상을 차리니 나중엔 허리도 안 펴지더라”며 “어머님들이 이렇게 한평생을 살았을 것을 생각하니 정말 가엾게 느껴졌다”고 글을 올렸다.

온가족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이는 정겨운 명절이 벌써부터 신경이 예민해지는 며느리들과 아내들에게 지겨운 명절이 되는 것에 대해 남자들의 마음도 편할 리 없다.

회사원인 정민철씨(36)는 “이제는 온가족이 참여하는 명절을 위해 집집마다 개혁이 필요한 때”라며 “형식적인 요소를 간소화하고 가족들 간 친목을 다지고 나누는 만남의 시간으로 명절을 가꿔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002년 추석’에는 남편과 자녀들이 ‘뭔가를 하나 했다’는 성과물을 하나씩 성취하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은 어떨까.
‘남자도 평등한 명절로 바꾸고 싶다.’

▲올해 ‘평등 추석’ 보내기 수칙

△명절에 필요한 일을 남녀가 분담하자.
△여자도 차례에 참여하자.
△설날은 시댁에서, 추석은 친정에서 보내자.
△여자들끼리 어울릴 만한 시간을 만들자.
△여성에 대한 ‘명절 금기’를 없애자.
△아이들도 명절 때 같이 도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자.
△이웃과 함께 웃는 명절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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