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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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의의 심판은 끝났다.

이런저런 풍(風)이 난무하고 각종 이벤트와 감성정치가 판을 친 이번 4.15 총선은 정치판을 16년 만에 ‘여대야소’의 구도로 바꾸어 놓은 가운데 역사의 작은 부분으로 남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한마디로 새 정치를 하라는 것이다.

그동안 행해진 구태.부패정치에 종지부를 찍고 변화와 개혁을 하라는 민의가 담겨 있다. 또한 국민 다수의 유권자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표로 말했다.

그래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의석을 확보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정치신인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제주지역의 선거결과도 변화와 개혁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결과에 정치권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무엇보다도 저조한 투표율이다. 전국적으로는 지난 16대보다 다소 높은 투표율을 보이기는 했으나 제주지역의 총선 투표율은 61.3%에 그쳐 역대 선거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처럼 투표율이 저조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이래저래 투표장에 나갈 마음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깊어진 데다 하루하루 먹고 사는 일이 걱정인 사람들에게 말만 번지르르한 정치인들의 호소가 먹혀들겠는가. 또한 도대체 찍을 사람이 없다는 하소연도 도처에서 듣게 된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투표율은 기성정치에 대한 주민저항의 소극적 표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투표율이 한 사회의 ‘정치적 건강성’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통상 100% 투표를 기록하는 북한의 각종 선거행태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사실상 박정희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가능케 했던 1972년의 유신헌법이 투표율 91.9%, 찬성률 91.5%로 국민투표를 통과한 것도 비슷한 경우다.

이에 반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대개 투표율이 40~50%에 머물지만 결코 정치적 후진국으로 평가받지 않는다.

선진국도 투표율이 낮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유권자들은 선진국의 선거무관심과는 다르다. 우리의 경우 택시 안에서, 술집에서, 그 어디에서도 정치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지만 투표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정치인들에 대한 절망이고 실망이다.

누구보다도 정치권이 대오각성해야 할 문제다. 정치로부터 국민을 등 돌리게 한 일차적인 책임이 정치권에 있기 때문이다. 여야가 현실정치 혐오증을 앓고 있는 유권자들에게 무조건 투표에 참여할 것을 독려만 할 것이 아니라 유권자들이 자연스레 기표소로 향하게 할 수 있도록 실추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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