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교육 어릴 적부터 시작해야
신용교육 어릴 적부터 시작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0세기 ‘플라스틱혁명’ 또는 ‘제3의 화폐’라고 불리고 있는 신용카드가 우리나라에 정착된 역사는 오래지 않다.

워낙 현금선호사상이 강해 신용거래의 통용범위가 적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제규모의 급속한 발달과 개인소득의 증가에 따라 소비 확대, 각종 판매망이 확충되면서 1982년에 은행신용카드 발급을 시작으로 신용카드 보급과 확산이 본격화됐다.
1990년대 들어 카드사들이 공격적인 영업으로 소득이 없는 주부는 물론 대학생들도 신용카드 몇 장 소지하지 않은 이가 없고 연체경험 한 번 없는 이가 없을 정도다.

신용카드사들의 무분별한 카드 발급과 은행 등의 공격적 대출 등으로 금융기관에 30만원 이상의 금액을 3개월 넘게 연체, 신용불량자로 등록된 국민은 무려 4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같은 신용불량자 양산 문제는 이제 개인의 문제를 벗어나 사회문제로 자리잡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신용불량 문제가 불거지자 정부는 최근 개인워크아웃제도, 배드뱅크 등 신용불량자에 대한 각종 구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정착되지 않고 있다.
신용불량 문제는 제주지역도 예외가 아니다.
신용회복지원위원회가 지난 2월부터 상담을 시작한 이래 벌써 3000여 명 이상의 도민들이 찾았고 개인워크아웃 신청자도 1000여 명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한 농업인의 털어놓은 고민은 신용불량 굴레가 가족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이 농업인은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아들이 결혼 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3000만원의 빚 때문에 신용불량자로 전락한 것을 알고 너무 놀랐다.
그동안 자식들에게 경제에 대한 남다른 교육을 시키지는 않았지만 땀 흘려 농사를 짓는 모습을 항상 보여주며 살아왔기에 자녀들만큼은 신용불량 문제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생각했기에 더 놀랐던 것이다.
결국 이 농업인은 아들의 장래를 위해 지난 3년간 온갖 고생을 하며 지은 농사로 모은 3000만원을 아들이 신용불량자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빚을 갚는 데 써야 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나마 이 농업인의 경우는 아들의 채무를 갚아줄 능력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신용불량자들은 금융기관에 진 빚을 제대로 갚을 능력이 없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우리는 오늘날을 신용사회라 말한다.
그러나 정작 신용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은 듯 하다.

그동안 가정이나 학교에서도 신용에 대하여 가르쳐주지 않았기에 이를 모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 사회를 신용사회라고 말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이중적인 잣대를 들이댄다.
신용사회의 구성원들 대다수가 신용을 모르고 이를 문제로 인식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이제라도 각 가정에서 어릴 때부터 신용이 무엇인지, 신용거래를 잘못할 경우 어떻게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지, 어떻게 하면 이 같은 위험을 멀리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가르쳐야 한다.
초등학생 자녀부터 돈이 무엇인지, 어떻게 벌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제교육이 필요하다.

세 살 적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옛말처럼 어릴 적 돈에 대한 개념이 없을 경우 사회에 진출해서도 신용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지 못해 결국은 신용불량의 늪에 빠져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돈을 잘못 사용한 대가가 어떤 것인지 등 가정교육부터 철저히 가르쳐야 한다.

그래서 중학교, 대학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스로의 재정관리나 신용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사람은 신이 아니기에 누구나 그릇된 판단과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최근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신용불량자 대부분의 경우도 한때의 ‘신용관리 실패자’일 뿐, 부도덕하거나 게으른 사람이 아니기에 정부의 정책이든, 주변의 도움이든 간에 가급적 빨리 신용을 되찾아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관심이 필요한 때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